D-15.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다음 달 3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달로 향한다. 지난달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성공에 이어 한국 우주 개발사의 빅 이벤트가 연달아 열리게 됐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우주 개발에도 트렌드가 있다. 그 트렌드를 주도하는 건 ‘업계 1위’ 미국”이라며 “미국이 화성에 간다고 할 때는 화성에 몰렸다가 미국이 반세기 만에 다시 인류를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올해는 달이 붐비게 됐다”고 했다. 다누리뿐만 아니라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 1호, 러시아의 달 착륙선 루나25호, 일본의 소형 달 탐사기 슬림, 인도의 달 착륙선 찬드라얀 3호 등 전통의 우주 선진국 외에도 아랍에미리트의 달 탐사 로버(이동형 탐사로봇) 라시드, 멕시코 달 탐사 마이크로 로버 콜메나도 발사 대기 중이다.
다누리가 달 궤도에 안착하면 한국은 자력으로 위성과 로켓, 우주 탐사가 모두 가능한 세계 7번째 나라가 된다. 자타공인 7대 우주 강국이라 해도 갈 길은 멀다. 개발이 완료된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6호는 올해 러시아 로켓을 이용해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계획을 지키기 어려워졌다. 우주 독립이 우리 영토에서 우리 발사체로 우리가 원할 때 우주에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면 아직 숙제가 남은 셈이다.
예산 부족도 여전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안에 따르면 우주·항공 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 7411억원에서 8392억원으로 늘어난다. 13.2% 증가했지만 전체 R&D 예산의 3.6%에 불과하고,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과 비교하면 1.2% 수준이다. 다누리에 6년여 동안 투입된 총예산은 2367억원이다. 영화 ‘인터스텔라’ 제작비가 1억6500만 달러(2172억원)이고 10여년 전 완공된 전남 고흥군 거금대교 사업비가 2732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가상으로 우주에 가는 영화를 만들고, 두 섬을 잇는 다리를 놓는 비용으로 우주로 가는 길을 낸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무엇보다 논란이 되는 것은 항공우주청 신설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주산업 육성을 위해 나사와 같은 우주청을 만들어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전문가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우주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는 필요하지만 현재 검토되는 것처럼 과기부 산하가 아닌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 산하의 독립기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10여개 부처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우주 업무를 조정하고 협력을 주도하려면 최소한 부(部)급이어야 하고, 기관장은 장관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성이 다른 우주와 항공 분야는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우주청을 경남 사천에 설립한다는 것 역시 과학보다 지역균형발전 논리에 의한 것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전문가 커뮤니티나 기관 의견 청취를 통한 공론화 절차가 전혀 없었다는 게 근본 문제”라며 “중소기업청을 부로 격상시키는 데 20년 걸렸다. 비전과 철학 없이 우주청을 만든다면 우주 개발은 20년 뒷걸음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 후보 시절의 공약이 설익었다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수정·보완하면 될 일이다. 미국과 옛 소련의 자존심 싸움이었던 우주 개발이 세계 86개 국가가 뛰어든 치열한 경쟁 무대가 됐다. “(우주 강국과 격차를 인정하고) 겸허하게, 그러나 도전적으로 더 큰 꿈을 꾸자”는 이상률 원장의 메시지가 기억에 남는다. 다누리의 우주 개척이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가상화폐 슬로건으로 유명한 말이 됐지만, ‘투 더 문(To the Moon), 달까지 가자!’
권혜숙 인터뷰 전문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