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470㎞ 돌아… ‘장진호 영웅’ 72년 만에 귀환

입력 2022-07-19 04:05
북한에서 발굴돼 미국 하와이를 거쳐 국내에 봉환된 뒤 최근 신원이 확인된 6·25전쟁 전사자 박진호 일병의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사진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에서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는 모습. 국방부 제공

6·25전쟁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박진호 일병이 72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국가보훈처는 19일 경기도 동두천시 국민체육센터에서 박 일병을 맞이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거행한다고 18일 밝혔다. 동두천은 박 일병의 유족이 사는 곳이다.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6·25전쟁에서 전사했으나 수습되지 못한 채 이름 모를 산야에 잠들어 있던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확인해 가족의 품으로 모시는 행사다. 이번 행사에는 박민식 보훈처장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동두천시장 등 200여명이 참석한다.

박 일병의 유해는 19일 정오쯤 국립서울현충원을 출발해 군사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동두천 국민체육센터로 이동한다. 동두천시는 유해가 운구되는 거리마다 태극기 가로기를 게양해 영웅의 귀환에 경의를 표할 계획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유족 대표에게 박 일병의 전사자 신원확인통지서를 전달하고,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를 설명한다. 이어 박 처장이 ‘호국 영웅 귀환패’와 전사자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을 유족 대표에게 전달한다.

박 일병의 유해는 북한 지역에서 발굴돼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을 거쳐 2020년 국내에 봉환됐다. 유해는 북한과 DPAA 하와이지부 등 총 1만5470㎞에 이르는 긴 여정을 거쳐 고향 땅을 밟았다. 봉환 당시만 해도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다가 고인의 남동생이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지난달 형제 관계가 나타나면서 신원이 확인됐다.

1928년생인 박 일병은 일본에서 군사교육을 받은 후 카투사로 미 7사단 31연대에 배치됐다. 인천상륙작전과 원산상륙작전에 참가했으며, 1950년 11월 함경남도 장진읍에서 벌어진 장진호 전투에서 중공군과 싸우다 23살의 나이에 산화했다.

고인의 남동생 박진우(75)씨는 “형님이 결혼도 하지 못한 채 전쟁 중 북한에서 돌아가신 것에 억장이 무너졌는데, 유해를 찾아서 감개무량하다”며 “부모님이 계시는 선산에 빨리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