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것을 선택해도 좋지 않다. 안 좋은 선택지 중 골라야 한다. 물가 충격과 경기 침체. 둘 중 하나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데 물가를 잡자니 경기를 놓치고, 경기를 잡자니 물가를 놓친다. 9.1%에 달하는 미국의 초인플레이션은 물가 잡는 것이 우선해야 할 과제라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생각을 자극한다.
부메랑이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미국은 매우 견조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었다.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했다. 이는 세계 경제에 에너지 위기를 가져왔고, 비료 부족과 식량 위기에 처하게 했다. 그 결과 모든 원자재 가격이 폭발적으로 치솟아 인플레이션의 부메랑이 돌아온 모습이다.
미국 경제는 굳건하다. 실물경제의 바로미터 격인 고용 상황이 많은 것을 보여준다. 실업률은 2021년 4월 4%에서 3.6%로 떨어졌다. 미국 역사상 50여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미국에서 3%대 실업률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실업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완전고용으로 간주한다. 더욱이 실업률이 3~6월 연속 같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미국 경제가 견조하다는 방증이다. 실업률뿐 아니라 신규 일자리와 같은 고용지표들이 모두 호조세다.
사실 미국 경제가 굳건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통적 경제학 이론인 필립스 곡선도 이를 지지해준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은 역의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이론으로, 미국 고용시장이 매우 좋고 인력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소비도 탄탄한 상황인 것이다. 임금이 올라 재화나 서비스 가격에 반영돼 인플레이션이 쉽게 내려가기 어려운 것이다. 임금 수준을 나타내는 고용비용지수(ECI)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확히 얘기하면 미국 경제는 ‘아직’ 굳건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가 잡는 데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경기가 ‘아직’ 받쳐주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연준은 2022년과 2023년 경제성장률이 1.7%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미국의 잠재성장률 등을 고려하면 아직 견조함을 보여준다. 시장이 울트라스텝(기준금리 1% 포인트 인상)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경기 침체를 어느 정도 용인하겠다는 행간의 메시지가 있다. 특히 금리 인상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이 시간적 격차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2022년이 아니라 2023년에 사실상의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즉 2022년에는 우선 물가를 잡고, 2023년에는 경기를 잡겠다는 의미다.
경기 침체가 오면 물가는 자연히 잡힌다. 금리 인상으로 ‘탱크를 멈출 수 있느냐’ ‘공급망 병목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금리 인상이 전쟁을 멈추게 하고 원자재 공급을 늘릴 수는 없다. 그러나 가계 소비를 위축시키고 기업 투자를 멈추게 할 수 있다. 부족한 공급만큼이나 수요를 줄여준다면 가격은 잡히는 법이다. 결국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가 와야만 멈추는 것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시대다. 2023년 미국 경제마저 침체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수축전략(shrinkage strategy)이 필요하다. 기업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확장적 다각화 전략을 펼치기보다는 실적에 무게를 둔 보수적 사업 전략이 필요하다. 2023년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지점을 가늠하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멈추는 지점을 상정하자. 경기 부양책이 다시 집중될 때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포착하는 탐색의 시간이 필요하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