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성애 등으로 ‘탈교회화’ 심각… 한국교회 부흥 역수출해야”

입력 2022-07-19 03:07
박명수 서울신대 명예교수, 허문영 평화한국 대표,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정성진 한국기독교통일선교회 상임대표(왼쪽부터)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한미수교 140주년의 의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한형 기자

2022년은 한국과 미국이 조미수호통상조약(한미조약)을 맺은 지 140주년 되는 해다. 지나온 한·미관계를 점검하고 한국과 미국 기독교의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한미수교 140주년 한국기독교기념사업회’가 출범했다. 지난 5월 기념 감사예배를 드린 데 이어 앞으로도 기념행사와 국제교류 등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통합 합신을 비롯해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한국침례회 등 7개 교단이 참여하고 있다. 사업회를 맡은 이영훈 대표회장, 정성진 상임대표, 박명수 기획위원장, 허문영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사업회 사역과 한미수교 140주년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참석자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정성진 한국기독교통일선교회 상임대표
박명수 서울신학대 명예교수
허문영 평화한국 대표

사회=이명희 종교국장

-한미수교 140주년 한국기독교기념사업회는 어떤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출범했나.


△이영훈 목사=조미수호통상조약은 1882년 5월 22일 조선과 미국이 맺은 조약이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국제 무대에서 공인된 협약을 맺은 것이다. 그 조약 이후 언더우드 아펜젤러 등 선교사들이 공식적으로 한국에 들어올 수 있게 됐다. 따라서 한국 기독교 역사에 있어 미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한미조약 이후 기독교가 한국에서 이만큼 발전했기 때문에 조약이 한국 역사에 끼친 공헌을 살피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어떻게 진행해 나갈지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사업회가 출범했다.

-한미조약이 오늘날 기독교 역사와 한·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박명수 교수=한미조약은 당시 조선이 주도해서 진행한 조약은 아니다. 러시아와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려고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이 미국을 끌어들인 것이다. 미국도 당시 국제 사회로 나오려고 했기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조선은 미국에 보호를 기대했지만, 미국은 조선을 중국으로 가는 해상 통로로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선교사들이 이 조약을 통해 한국에 들어오게 됐고 복음이 곳곳에 전파됐다. 당시 조선에 들어온 미국인 70%가 선교사였다. 이 덕분에 1945년 해방 후 미군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었으며 한국에 자유민주주의가 자리 잡게 됐다. 소련이 유라시아 대륙을 공산화할 때 유일하게 한국만 공산화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인과 미국 선교사들이 손을 잡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켰다. 많은 이들이 1953년 한미동맹부터 미국과 관계가 진전됐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전에 기독교를 통한 긴 관계가 있었다.

-150주년도, 200주년도 아닌 140주년을 기념하는 이유가 있나.


△정성진 상임대표=전 정권이 친중 정책을 펼치면서 미국과 소원해졌다. 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150주년이 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한미동맹 강화 움직임이 정부보다는 기독교가 진행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한미수교로 선교사들이 한국에서 순조롭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독교 선교 역사에서도 한미조약이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정권에 따라 한·미관계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우리가 한·미동맹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허문영 대표=만일 한국에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강대국이 들어왔다면 한국은 제국 질서에 함몰됐을 것이다. 미국이 복음을 전했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질서가 한국에 들어왔다. 앞으로도 이런 질서가 유지돼야 한다. 내년이면 휴전협정 70주년이다. 또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 50주년임과 동시에 하디 선교사의 원산 부흥 운동 120주년이다. 2024년에는 국제로잔대회도 한국에서 열린다. 이렇듯 앞으로 10년이 우리 민족사에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준비를 잘해야 2035년 선교 150주년을 맞이할 수 있다. 한·미관계는 모든 것을 풀어낼 수 있는 핵심 요소다. 한·미관계를 복음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미국교회로부터 한국교회가 배운 신앙적 유산은 무엇이며 또 앞으로 한·미교회의 협력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까.

△이 목사=한국교회와 한국이 미국에 빚을 진 것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선교사를 보내 복음을 전해준 것과 한국전쟁 당시 미군을 보내 공산주의로부터 한국을 지켜준 것이다. 이후 많은 한국의 기독교 리더들이 미국에서 복음주의 신학을 배워 한국에 건강한 교회를 키웠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서는 동성애와 낙태 합법화 등 탈 기독교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전통적 교회는 쇠퇴하고 있다. 영적 유산이 처음엔 미국에서 왔으나 이제는 한국교회 부흥의 노하우가 마치 한류처럼 다시 미국으로 역수출돼야 한다.

△정 상임대표=풍요로움 속에 사는 것이 오히려 사람들 마음에 타격을 준다. 그 안에 영적인 빈곤이 있는 것이다. 근본적인 영혼의 허기를 예수님으로 채워야 한다. 우리가 미국에 새로운 복음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 안에서도 영적 각성 운동이 일어나야 하며 미국에도 이를 전할 필요가 있다.

-남북통일에 있어 미국의 협력과 협조도 중요한 상황이다. 복음적 평화통일을 위한 미국의 역할은 무엇이며 한반도의 복음 통일을 위해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 목사=3년 전 미국 이너프 상원의원이 한국에 왔을 때 일이다. 북한 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성경 말씀을 인용하며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놀라운 일을 행하실 것’이라고 하더라. 미국은 총칼로 남북관계를 풀지 말자는 입장이다. 우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도 북한에 심장병원을 세우고 240개 군에 인민병원을 세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1884년 알렌 선교사가 조선에 와서 의술을 통해 복음을 전했듯이 그렇게 북한의 문을 열려고 한다. 한국에 들어왔던 미국 선교사 대다수는 복음주의 운동의 중심지에서 왔다. 복음주의적 리더들은 한반도 평화가 무력으로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기독교인이 다리 역할을 해서 복음이 북한에 자리 잡게 해야 한다.

△박 교수=한국은 지리적으로 동북아시아권이지만 사상적으로는 자유 세계에 속해 있다. 유교 불교 문화권이 주도하고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기독교를 바탕으로 한 서구 문화권에 사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다 서구권에서 온 것 아닌가. 이런 측면에서 지금 한반도는 중요한 기로에 있다. 중국 중심의 중화 질서로 되돌아갈 것인지, 미국과 손을 잡고 세계를 함께 이끌어 갈지 말이다. 기독교인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국교회는 아시아 민주화와 복음화를 위해 나서야 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 복음화에도 앞장설 필요가 있다.

-사업회가 지난해부터 해온 사역과 앞으로 감당할 역할을 설명해 달라.

△허 대표=그동안 해온 사역 중 한국교회가 미국교회와 연합해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렸다는 것이 가장 의미가 있다. 한미수교가 왜 중요하고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학술 연구도 진행했다. 지난 2월에는 미국의 복음주의 지도자들을 만나 한·미 기독교의 협력을 논의했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 보수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플랫폼이 없었는데 그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오는 9월에는 한미수교 140주년 기념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에 억류된 선교사 3인을 다시 한국에 데려오는 것이 목표다. 지금 북한 김정은 정권은 자신의 정통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윤석열 정부도 강한 대북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강 대 강의 싸움이다. 이 가운데 한국교회는 미국교회와 함께 북한 복음화를 위해 나서야 하며, 김정은의 불안감을 안정시켜야 한다. 한국과 미국의 지도자들이 하나가 돼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정리=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