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2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대선 패배 후 4개월 만에,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지 한 달여 만에 민주당 ‘원톱’ 자리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출마 선언 전부터 당내에는 이미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형성돼 그의 당권 획득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내내 ‘사법 리스크’를 앞세운 경쟁 주자들의 거친 공격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당내에선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이 다음 대선까지 그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줄 발판이 될지 아니면 독배가 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분이 제 정치적 미래를 우려하며 당대표 도전을 말렸고 저도 위험한 선택임을 잘 안다”며 “그러나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와 사랑을 회복하지 못하면 다음 총선도 대선도 승리가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즉생의 정신으로 민심에 온몸을 던지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민생 정치 대신 보복과 뒷조사가 능사인 퇴행적 검찰 정치가 자리 잡았다”며 “예견된 위기가 현실화하는데도 위기 대응책이나 책임자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생 중심의 개혁적 실용주의로 현장에서 문제를 찾아 해결하며 무능한 정권 대신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대선·지방선거 연패 책임론과 공천 학살 가능성을 거론하며 자신의 출마를 저지해온 비명(비이재명)계의 주장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당대표는 권력으로 보면 욕망이고, 책임으로 여기면 헌신”이라며 “이기는 민주당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책임지는 행동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또 “계파 정치로 성장하지 않은 저는 계파 정치를 배격하고 통합 정치를 하겠다”며 “선거마다 유령처럼 떠도는 ‘계파 공천’ ‘사천’ ‘공천 학살’이란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은 결국 5년 후 대권 재도전을 위한 정치적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줄곧 비주류였던 이 의원에게 차기 총선 공천권을 통해 당내 입지를 다지는 것은 생존의 문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이 의원이 당과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당원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니냐”면서 “당을 확실히 장악해야만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2년 가까이 계속될 여소야대 국면에서 169석의 거대 야당 수장으로서 윤 대통령과 ‘대선 2라운드’ 구도를 만든다면 정치적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이 의원의 대선행에는 적지 않은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우선 비명계와의 일전을 피할 수 없다. 이날 당권 도전을 선언한 설훈 의원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참패했지만 반성도 혁신도 하지 않은 채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고 이 의원을 비판했다.
이 의원을 겨냥한 검경의 수사, 이른바 사법 리스크도 위험 요소다. 비명계는 이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 정권의 민주당 흔들기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고발당하면 다 사법 리스크냐”며 “3년6개월간 수사해서 무혐의로 처리된 것을 또 수사한다고 압수수색 쇼를 한다”고 반박했다.
안규영 김승연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