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도 과정 밝혀라” 북송 논란, 文 인사들 ‘역공’

입력 2022-07-18 00:02
탈북여성연대위원회 관계자들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발생한 탈북어민 북송 및 탈북모자 아사 사건 관련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11월 탈북어민 북송 사건의 실질적 컨트롤타워였던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7일 여권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냈다. 사건 당사자들의 반격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정 전 실장은 이 사건에 대한 특검 및 국정조사 주장까지 나오는 데 대해 “추가로 밝혀진 사실이 없음에도 현 정부가 기존의 판단을 어떤 이유와 과정을 통해 번복했는지도 함께 밝히자”고 역공에 나섰다.

정 전 실장은 원고지 17장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여권 안팎에서 제기된 의문점을 하나하나 짚었다. 우선 탈북어민들이 어떻게 16명이나 살해할 수 있었는지 범행 방식을 자세히 설명했다. 정 전 실장은 “3명의 선원이 망치와 도끼로 야간 근무 중이던 2명을 먼저 살해한 후 조타실에서 자고 있던 선장을 살해했다”며 “(이어) 선실에서 자고 있던 나머지 13명을 불침번을 교대하자면서 차례로 불러내 하룻밤 새에 모두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귀순 의사의 진정성’에 대해선 “범행 후 바로 남한으로 넘어온 것도 아니다. 이들은 ‘죽어도 조국에서 죽자’며 동료들이 잡은 오징어를 팔아 도피 자금을 마련해 북한으로 도망가려 모의했다”고 반박했다. 정 전 실장에 따르면 당초 이들은 자강도의 깊은 산속으로 도망가려 했으나 도피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공범 1명이 북한에 체포됐고, 나머지 2명이 바다로 도주해 월선을 반복하다가 우리 군에 나포됐다.

추방 절차와 관련해 정 전 실장은 “살인 등 비정치적 중범죄를 저지른 북한 주민이 재외 공관에서 귀순 의사를 밝히더라도 국내 이송 절차를 취하지 않을 수 있도록 국내법이 규정하고 있다”며 “비정치적인 중대범죄자는 국제법상으로도 난민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법적 처벌을 받았어야 했다는 지적에는 “북한 지역에서 북한 주민이 다른 북한 주민을 상대로 저지른 흉악 범죄와 관련해 우리 법원이 형사관할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다”며 “이들을 처벌하고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 등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된 정 전 실장은 향후 검찰 수사에서도 이런 입장을 기반으로 당시 정부 결정의 정당성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으로 수사를 앞두고 있는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도 정 전 실장처럼 반격의 포문을 열지 주목된다. 현재 서 전 원장과 김 전 장관은 미국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 전 원장에 대해 입국 시 통보 조치를 취한 상태다. 김 전 장관은 이달 말쯤 귀국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된 이후 연일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국정원이 남북 핫라인 메시지를 조사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정보기관의 존재 이유를 무력화하는 안보 자해 행위”라고 비난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