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의 한·일 관계 향배를 결정할 ‘골든타임’이 다가오면서 정부의 대일 외교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8일부터 사흘간 일본을 방문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할 예정이다. 한국 외교장관이 양자회담을 위해 일본을 찾는 것은 2017년 12월 강경화 장관 이후 4년7개월 만이다. 박 장관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면담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의 방일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에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르면 다음 달 시작될 수 있는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강제 매각 절차 시행 전 마지막 장관급 접촉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배상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 압류 및 매각을 추진해 왔다. 일본은 자국 기업의 자산 매각을 ‘레드라인’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대법원의 매각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해법을 마련하려고 애쓰는 상황이다.
앞서 16일 부임한 윤덕민 주일대사는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상당히 임박해 있다”며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도 일본을 찾기로 해 ‘릴레이 외교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들의 주된 방일 목적은 아베 신조 전 총리 장례식 참석이지만, 시기상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피해자들의 의견도 모으고 있다. 지난 14일 2차 회의에선 피해자 측과 “자산 현금화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는 공감대가 일정 부분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피해자 측은 정부가 대위변제를 할 경우 일본 기업이 기금 마련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과 일본 정부 또는 기업이 사과해야 한다는 점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대위변제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가 있다는 점도 난제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17일 “일본 기업 자산 매각이라는 레드라인에 발목이 잡히면서 정부의 운신 폭이 좁아졌다”며 “일본 측 주장에 너무 끌려가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영선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