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의 역습…“14년 만에 무역수지 적자 전환할 것”

입력 2022-07-18 04:09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고공행진 중인 환율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율만 높은 상태에선 환차익을 더 얻게 되는 국내 수출기업은 이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 등 각종 원자재 수입 가격까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수익성이 낮아진 국내 수출업계에는 이미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고(高)환율=수출 호재’ 공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가 수입액 추이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전체 물량은 4475만t으로 1년 전(4751만t)보다 5.8%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달 수입액은 602억 달러로 504억 달러였던 지난해 6월보다 19.4%나 늘었다.


원유는 폭등한 원자재 가격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지난달 원유 도입 물량은 7250만 배럴로 8020만 배럴이던 1년 전보다 9.6% 줄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뛰면서 원유 수입액은 85억36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3.1% 증가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지만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업이 체감하는 수입액 하락 효과는 미미하다. 지난 15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년 만에 1320원을 돌파했다.

환율 자체만으로도 무역수지 적자가 더 커진다는 점도 문제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는 24억7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지난달 매매기준율 기준 평균 원·달러 환율(1281.95원)을 적용하면 원화로 약 3조1690억원 적자를 낸 셈이다. 하지만 같은 금액에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1326.1원)을 적용하면 적자폭이 3조2781억원까지 늘어난다. 환율 변화만으로 무역수지 적자폭이 1000억원 넘게 증가하는 것이다.


무역협회 산하 국제통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수입 비용 증가로 국내 수출기업의 채산성(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환율 상승까지 겹쳐 수출 제조기업의 원화 환산 수입 비용까지 늘었다”고 분석했다. 달러화 강세 원인인 미국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 실적은 당분간 악화를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 경제성장률이 2분기에 0.4%로 기대치를 밑돈 점도 악재로 꼽힌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 수출마저 급감한다면 한국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제통상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