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휘발유값 26% 내렸는데… 국내 5% ‘찔끔’

입력 2022-07-18 04:05
17일 오전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 모두 리터 당 1900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유가 하락 폭이 국제유가 급락 폭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2주 사이 10% 이상 떨어졌는데 국내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은 5% 수준만 떨어지며 여전히 ℓ당 2000원을 웃돌고 있다. 시차 때문에 국제유가가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낙폭이 지나치게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한국에 수입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5일 기준 배럴당 98.33달러를 기록했다. 2주 전인 지난달 30일(배럴당 113.40달러)과 비교해 13.3%나 급락했다. 원유를 정제해 만든 휘발유 가격 낙폭은 더 크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평균 106.3달러로 지난달 30일(배럴당 143.8달러) 대비 26.1%나 떨어졌다. 반면 국내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17일 기준 국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36.1원으로 지난달 30일(ℓ당 2144.9원) 대비 5.1%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가격 등락이 국내에 반영되지 않은 것은 시차 요인이 있기는 하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2주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가 유가 인하를 위해 공동 전선을 펴고 있다는 점을 보면 이와 같은 낙폭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법정 최고 한도인 37%까지 7% 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휘발유 기준으로 ℓ당 71.8원 인하 효과가 발생하는 조치다. SK에너지는 지난 12일부터 납품 단가를 100원 이상 인하하는 자체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나머지 정유사도 동참하는 모양새다. 국제유가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도 ℓ당 170원 이상 인하 요인이 생긴 상황이다.

일선 주유소들이 재고 미소진 등을 이유로 기름을 비싸게 파는 것이 원인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국 주유소 중 자영 주유소는 약 80%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정부 조치나 정유업계 조치와 무관하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정부는 전방위 단속으로 유류세 인하분만큼 가격이 인하되지 않는 곳을 점검하겠다고 나섰지만 현실적으로 1만 곳에 달하는 주유소를 다 점검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 공급 가격이 큰 폭으로 인하되고 있어 재고가 소진된 이후로는 일선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