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명분도 없이 사법 리스크 안고 당대표 출마한 이재명

입력 2022-07-18 04:0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 레이스가 이재명 상임고문의 17일 출마 선언과 함께 본격 개막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처럼 벌써 이 고문 당선이 유력한 분위기다. 그러나 3·9 대선 패배 이후 불과 4개월여 만에 제1야당 대표 도전에 나선 데 대해 많은 국민이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그가 두 차례 선거 패배 책임은 뒤로한 채 당 대표 자리를 ‘차기 대선 로드맵’을 향한 디딤돌로만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이 고문은 당 안팎의 불출마 요구에도 출마를 강행한 이유로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면서 다음 총선에서 “이기는 민주당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 책임지는 행동”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책임질 우선순위가 바뀐 건 아닌가. 대선에 출마해 패한 데 이어 6·1 지방선거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으나 참패를 당한 데 대해 자숙과 반성을 생략하고 자신의 미래만을 위한 당 대표에 출마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우려된다. 그가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임무에 실패한다면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가 앞장서 두 차례나 치른 전국 선거에서 진 만큼 그 소명이 끝났다고 해도 지나친 해석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이은 당 대표 출마가 대장동 사건, 법인카드 사적 사용, 변호사비 대납 등 국민적 의혹 사건에 대한 방탄용 아니냐는 의문이 계속 제기되지만 정작 자신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인 관련 수사의 칼끝이 이 고문을 직접 향하면 그간 선거를 거치며 대립해온 비이재명계와의 당내 분열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이 고문은 이날 당내에서 일고 있는 이런 사법 리스크 우려에 대해 “흠결이 있었다면 이미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무고함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전당대회 전 국민적 의혹에 대해 소상히 소명하는 게 ‘이기는 민주당’ 이전에 170석을 보유한 원내 제1당의 향후 미래를 책임질 당 대표 후보에 걸맞은 행보다. 당 대표 당선이 다음 대선 직행을 위한 티켓이 될지 독배가 될지는 지금부터 이 고문의 솔직함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