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 레이스가 이재명 상임고문의 17일 출마 선언과 함께 본격 개막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처럼 벌써 이 고문 당선이 유력한 분위기다. 그러나 3·9 대선 패배 이후 불과 4개월여 만에 제1야당 대표 도전에 나선 데 대해 많은 국민이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그가 두 차례 선거 패배 책임은 뒤로한 채 당 대표 자리를 ‘차기 대선 로드맵’을 향한 디딤돌로만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이 고문은 당 안팎의 불출마 요구에도 출마를 강행한 이유로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면서 다음 총선에서 “이기는 민주당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 책임지는 행동”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책임질 우선순위가 바뀐 건 아닌가. 대선에 출마해 패한 데 이어 6·1 지방선거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으나 참패를 당한 데 대해 자숙과 반성을 생략하고 자신의 미래만을 위한 당 대표에 출마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우려된다. 그가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임무에 실패한다면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가 앞장서 두 차례나 치른 전국 선거에서 진 만큼 그 소명이 끝났다고 해도 지나친 해석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이은 당 대표 출마가 대장동 사건, 법인카드 사적 사용, 변호사비 대납 등 국민적 의혹 사건에 대한 방탄용 아니냐는 의문이 계속 제기되지만 정작 자신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인 관련 수사의 칼끝이 이 고문을 직접 향하면 그간 선거를 거치며 대립해온 비이재명계와의 당내 분열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이 고문은 이날 당내에서 일고 있는 이런 사법 리스크 우려에 대해 “흠결이 있었다면 이미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무고함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전당대회 전 국민적 의혹에 대해 소상히 소명하는 게 ‘이기는 민주당’ 이전에 170석을 보유한 원내 제1당의 향후 미래를 책임질 당 대표 후보에 걸맞은 행보다. 당 대표 당선이 다음 대선 직행을 위한 티켓이 될지 독배가 될지는 지금부터 이 고문의 솔직함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