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 구성 없이 맞이한 제헌절… 국회의장의 ‘개헌’ 공허하다

입력 2022-07-18 04:03
김진표 국회의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74주년 제헌절 경축행사를 마친 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국회가 후반기 원 구성을 하지 못한 채 17일 제헌절을 맞이했다. 국회법에 명시된 원 구성 법정시한을 50일 가까이 넘겼는데도 여야가 원 구성에 합의하지 못해 국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는 후반기 임기가 시작되는 지난 5월 30일 이전에 국회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회 구성을 끝내야 하는데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 구성을 놓고 줄다리기하다 지난 4일에야 의장단을 선출한 게 고작이다. 여야가 양심이 있다면 준법정신을 되새기는 국경일인 제헌절까지는 원 구성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었는데 헛된 기대였다. 국회에서 5부 요인과 의장단, 전직 의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헌절 74주년 경축식은 우리 국회와 정치권의 후진성을 확인하는 무대가 되고 말았다. 법을 위반하고 국회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책임감을 느끼는 게 정상인데 여야는 자성은커녕 서로 상대 탓만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원 구성 지연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둘 다 책임이 크다. 민주당은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기로 한 기존 합의를 뒤집으려다 원 구성 협상 교착 사태를 불렀다. 나중에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과 연계하는 조건으로 법사위원장을 넘기겠다고 물러났으나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행정안전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가운데 한 곳의 위원장을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최대 쟁점인 법사위원장 문제가 풀렸고 사개특위 구성에도 잠정 합의해 국회 정상화의 길이 열렸는데 이번에는 행안위와 과방위 위원장을 어느 쪽이 맡느냐를 놓고 양측이 또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국회가 빨리 정상화돼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글로벌 경기 침체, 물가 급등, 금리인상의 후폭풍, 급변하는 외교·안보 환경 등 현안에 정부가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윤석열정부가 제시한 민생 대책과 국정과제들도 입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행하기 어려운 게 수두룩하다. 국회 정상화는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에 더 절실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여당의 모습에서는 원 구성에 대한 절박감이 보이지 않으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경축식에서 개헌 추진을 제안했는데 공허하다. 원 구성도 못하고 있는 마당에 그보다 훨씬 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개헌이 가능할까. 김 의장의 최우선 과제는 법정 시한이 한참 지난 원 구성을 하루라도 빨리 매듭짓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