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바람이 거세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늘면서 ESG는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투자를 유치하려면 ESG는 반드시 확보해야 할 전제조건이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년간의 ESG 주요 성과와 향후 계획을 담은 ‘ESG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7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온실가스 원단위 배출량을 전년 대비 32.3% 줄이는 데 성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속 가능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2026년까지 지난해 대비 직·간접 배출 온실가스 원단위 배출량을 54.3%, 밸류체인 온실가스 원단위 배출량을 25.7% 감축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에너지관리시스템(FEMS)을 전사에 도입해 부분별 전력 사용량 모니터링 및 사용 효율을 개선할 계획이다. 4공장 및 제2캠퍼스 공장에 태양광을 설치해 신재생에너지 도입도 추진한다.
그동안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ESG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ESG 경영을 실행하더라도 대부분 사회적 책임(S)에 집중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친환경 분야(E)의 평가는 다른 산업 대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장 제약사를 대상으로 ESG 평가를 한 결과, 환경과 지배구조 부문에서 ‘A+’ 점수를 얻은 제약사는 전무했다.
기류가 바뀐 건 지난해 말부터다. 국내 시장 비중이 높았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과녁을 세계 시장으로 넓히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부 환경이 ESG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 시 긍정적 평가를 받기 위해서라도 ESG 경영에 신경을 쓰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지난해 11월에 35개 회원사의 ESG 현황을 설문 조사했더니, 34.3%가 ESG 경영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 중인 곳도 40%나 됐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ESG 도입 준비 중이라 밝힌 기업 상당수가 실제 전담부서를 설치하거나 관련 인증 획득을 추진하는 등 행동에 나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유한양행은 올해 ESG 경영실을 신설하고 사장 직속으로 배치했다. 광동제약은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EO) 직책을 신설하며 ESG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취약했던 ‘E’ 부분에 대한 투자도 증가세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27일 대웅바이오, 큐티스바이오와 협약을 맺고 합성생물학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지속가능 약물 소재 개발 및 상업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목적은 분명했다. 대장균, 효모 등 친환경적 촉매를 개발해 기존 석유화학 기반의 유기합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동아제약은 구강청결제 ‘가그린’의 용기를 재활용하기 위해 투명 용기로 교체했다. 상표 제거도 쉽게 인몰드 라벨을 적용했다. 동국제약 역시 친환경 종이포장재를 사용한다.
지난달 28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개최한 ‘제약·바이오와 ESG’ 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선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ESG 경영은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거래라인 확보와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와도 연결된다. 최근 거대 제약기업들도 넷 제로 이행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는 만큼 거래 상대방에게도 ESG 요건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