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윤석열과 레이건 리더십의 데자뷔

입력 2022-07-18 04:06

“탕, 탕, 탕….” 1981년 3월 30일 취임한 지 두 달 막 넘긴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워싱턴 힐튼호텔 앞에서 도어스테핑을 하기 직전이었다. 6발의 총알이 날아왔다. 이 가운데 한 발을 맞고 쓰러졌다. 당시 미국 경제는 어려웠고 레이건 지지율은 낮았으며, 아내 낸시 여사의 역술인 관련 소문마저 나돌았다. 이쯤 되면 레이건-윤석열 대통령의 데자뷔가 따로 없다. 경제난, 취임 두 달, 도어스테핑, 낮은 지지율, 영부인 리스크…. 레이건은 그러나 이 위기를 기회로 돌렸다. 수술 도중 특유의 유머로 미국민들에게 희망을 줬고, 자신의 공약인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터닝포인트로 삼았다. 총소리가 레이건의 재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작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윤 대통령은 겉으로 “지지율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속으로는 위기감을 뼈저리게 느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진짜 위험한 것은 이재명 당권 장악, 야당 공세 같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이준석 파동 같은 ‘내부의 적’이다. 취임 직후 지지율 30%대면 정부·여당이 동요하고, 20%대로 떨어지면 민심이 동요한다. 최근 30%대 초반 지지율은 “국정 운영 스타일을 확 바꾸라”는 메시지다. 하긴 레이건도 지지율에 일희일비했다. 늘 백악관에 출근하자마자 참모들에게 “오늘 지지율 얼마 나왔어?”라고 묻고는 높낮이에 따라서 표정이 달라졌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우선 지지율을 깎아 먹는 악재를 조속히 차단해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이준석-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간의 권력 투쟁 양상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도 친박-친이계 갈등으로 몰락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도 친명계와 반명계로 갈라져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대통령 주변 사람들의 분열은 국민을 불안케 하고 짜증나게 만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자는 내부의 적, 내부 반발, 내부 갈등 때문에 망했다. 작금의 국민의힘 파워게임이 하루빨리 수습돼야 구심력이 강화되고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동력을 얻는다.

두 번째는 정부 인사 때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검찰 출신이 유능하다고 해도 너무 많으면 야당이나 언론에 공격의 빌미와 명분을 주게 된다. 세 번째는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더는 재발하지 않고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도록 제2부속실을 속히 신설하고, 의전 전문가를 꼭 배치해야 한다.

사실 윤 대통령에게는 호재가 많다. 선거 때 빚진 사람 없고, 여의도 정치에 물들지 않았고,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내분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국민만 보고 ‘소통’과 ‘민생경제’의 쌍두마차로 달려간다면 탄탄대로를 갈 수 있다. 도어스테핑의 경우 약식 ‘기자회견’이 아니라 약식 ‘국민회견’이라는 엄중함을 갖고 철저히 사전 준비하되 횟수, 의제, 문답형식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할리우드의 B급 영화배우 출신이었던 레이건도 도어스테핑을 잘 활용해 오늘날까지 ‘위대한 소통자’라는 A급 닉네임을 갖고 있다. 레이건은 당시 스태그플레이션(인플레와 경기 침체 동반)을 타파하기 위해 세금 인하, 규제 철폐, 작은정부, 친시장·친기업 정책 등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를 성공시켜 미국 경제를 부흥시켰다. 또한 1980년대 당시 냉전 시대를 승리로 이끌어 ‘세계의 중심국가’를 재현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우리 상황과 비슷해 벤치마킹할 게 많아 보인다.

윤 대통령은 대학 시절 외국 노래를 잘 불러 세계적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의 이름을 본따 ‘윤라시도 석밍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레이건 모델을 잘 활용해 ‘훌륭한 소통자’나 ‘윤석열노믹스’라는 브랜드를 얻기 바란다. 레이건은 일기장에 “아내는 신이 내게 준 축복 가운데 최고”라고 썼을 정도로 부부 사랑이 각별했다. 아내 낸시는 점성술사인 조앤 퀴글리에게 수시로 자문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지만, 남편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됐고 남편 사후에도 알츠하이머병 퇴치운동에 앞장서서 박수를 받았다. 덕분에 레이건은 퇴임 때 지지율이 63%로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였다. 윤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오는 8월 22일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재출발의 신호탄을 힘차게 쏘아올리기 바란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