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세계박람회가 뭐길래

입력 2022-07-18 04:08

요즘 기업 뉴스 중 빈도가 가장 높은 것은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 관련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키니 기업 입장에선 생색을 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속내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기업들이 유치 활동에 적극적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시늉을 하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유치해야 한다는 절박함마저 느껴진다.

엑스포라는 말은 1993년 대전엑스포, 2012년 여수엑스포로 익숙하다. 이미 두 번이나 치른 행사를 국가 차원에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엑스포에도 등급이 있다. 엑스포는 국제기구인 세계박람회기구(BIE)에서 공인하는 행사다. 종류에 따라 등록엑스포, 인정엑스포, 트리에날레, 원예박람회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위상이 높은 건 등록엑스포다. 등록엑스포는 5년에 한 번 개최되며, 최대 6개월 동안 개최된다. 개최국은 장소만 빌려주고 참가국이 자국 경비로 전시관을 짓는다. 대전엑스포와 여수엑스포는 인정엑스포로 분류된다. 규모와 위상면에서 등록엑스포에 미치지 못한다. 엑스포는 인류 문명의 발전을 소개하는 역할을 해왔다. 1851년 런던엑스포에서는 증기기관이 소개됐고, 1853년 뉴욕엑스포에서는 엘리베이터가 전시됐다. 에디슨 전구 및 축음기(1876년 필라델피아), 자동차(1885년 안트워프), 비행기(1904년 세인트루이스), TV·나일론·플라스틱·녹음기(1939년 뉴욕), 무선전화기(1970년 오사카) 등이 엑스포를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5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등록엑스포는 주최국이 주제를 정한다. 참가국은 그 주제에 맞춰 전시를 한다. 즉, 엑스포를 주최한다는 건 전 세계가 우리나라에서 제시한 테마로 미래를 논의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가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선다는 건 국가적으로 한 단계 도약을 의미한다. 경제적 효과보다 더 큰 걸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등록엑스포 유치 신청과 활동은 국가 단위에서만 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승인 없이 지방정부에서 단독으로 할 수 없다. 부산시는 2015년부터 유치 준비에 나섰고, 엑스포 유치는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국가 추진 프로젝트로 결정됐다. 새 정부 들어 갑자기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 주요 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과 경제단체들이 뛰어들어 총력전에 나선 건 유치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2030년 엑스포는 1년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가 유력한 후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수차례 유치를 신청했다가 실패한 러시아는 유치 장소를 모스크바로 바꾸고 다시 한번 도전했다. 이번에는 러시아 차례라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여론이 악화했다. 러시아는 지난 5월 엑스포 유치 신청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지금 상황에선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치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중론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제주포럼에서 “축구에서 1대 0으로 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대 0, 3대 0이라도 희망이 없다고,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우디를 지지하겠다고 했던 곳 중에 우리 쪽으로 돌아선 곳도 있다. 지금부터 따라잡으면 못 할 것도 아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우디가 ‘오일머니’를 앞세운다면, 우리는 성공의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투표권이 있는 BIE 회원국 중 경제 개발이 필요한 나라에 우리의 경험을 공유해 경제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걸 피력해 표를 모은다는 계산이다.

김준엽 산업부 차장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