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 포인트나 인상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8년 만에 2%대로 들어섰지만, 경기 부진 우려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더 오를 것 같다.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데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 주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정책금리를 우리보다 더 높게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환율 불안과 함께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져 우리 통화당국은 또다시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코로나19 확산 기간 중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를 채택했을 때 이미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은 예견된 일이었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고, 그동안 즐겼던 유동성 파티의 비용을 치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하지만 금리 상승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경기 부진 가능성
금리는 내리기는 쉬워도 올리기는 매우 어렵다고 한다. 이를 반기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한국은행은 금리를 대폭 올려버렸다. 사람들은 이렇게 된 사정을 이해는 하고 있지만, 이 때문에 경기가 꺼꾸러지지나 않을까 몹시 불안해한다. 실제로 경기가 급락한다면 모든 책임을 한국은행에 물으려 할지도 모르겠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한국은행도 경기 움직임을 예의 주시한다. 아마도 경기 징후를 가장 빨리 포착한다는 장단기 금리 격차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긴 채권은 오랜 기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단기물에 비해 금리를 더 높게 쳐준다. 그런데 더 보유해야 하는 그 기간에 경기가 침체될 것 같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것이다. 나아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된다면 사람들이 앞으로 경기 침체가 올 거라고 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는 중앙은행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믿음을 거슬러서는 성공할 수가 없다. 그런데 연초만 하더라도 0.5% 포인트나 벌어져 있던 10년 만기와 3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 격차가 지난 주말에 0.04% 포인트로 붙어버렸다. 시장이 향후 경기 부진을 우려하기 시작한 것 같다.
영세 자영업 위기 고조
이런 상황에서는 영세 자영업자가 제일 걱정이 된다. 자영업자들은 지난 2년간 종전 대출잔액의 40%에 달하는 300조원 가까운 돈을 빌렸다. 대출이 이렇게나 늘어난 것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물론 금리가 낮기도 했지만 대출만기 연장과 같은 정부 지원 조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오는 9월로 이 조치가 종료된다고 한다. 정부가 보완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갚아야 할 돈은 갚아야 한다. 비록 만기가 닥치지는 않는다고 해도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안 좋다면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다.
이럴 때 금융기관이 신규 대출도 해주고 만기도 알아서 연장해주면 좋으련만 그런 금융기관은 없다고 봐야 한다. 한국은행의 6월 금융기관 대출태도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금융기관은 대출을 더욱 보수적으로 운영할 것이며 영세한 기업일수록 더 깐깐하게 볼 것이라고 한다.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것 같은 금융기관의 이런 태도가 야속하기 짝이 없지만 금융기관들도 제 코가 석 자다. 금리 상승과 경기 부진으로 대출의 또 다른 비용인 연체와 부도가 늘 것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미리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은 기관도 있지만, 코로나 기간 중 사상 최고의 실적이 마치 자신의 능력인 양 위험 분야 대출을 늘렸거나 배당 잔치를 벌인 곳은 지금쯤 심각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금리 상승 추세는 이어질 전망
이러거나 말거나 금융시장에서는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의 금리 수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이자율이라는 게 대략 물가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더한 것인데 아무리 못해도 6%는 넘는 것으로 나온다(1년 후 예상 물가상승률 3.9%에 금년도 성장 전망치 2.5%를 더하기만 해도 6.4%다). 시중에 이보다 높은 금리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린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내외 금리 차이도 금리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주요 근거가 된다. 당장 다음 주에 미 연준은 정책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시장금리마저 따라 오른다면 한·미 간 시장금리는 역전될 것이다(현재 10년물 기준으로 우리가 0.3% 포인트 높다). 혹여 그 격차가 더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고수익을 찾아 외국으로 나가는 자금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최근 달러당 132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 움직임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렇게 환율이 불안해지면 물가 역시 불안해진다.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환율 상승분이 수입가격에 더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으로선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이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금리 상승을 통한 구조조정
사실 금리 상승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모든 부작용을 상쇄할 만큼의 긍정적 측면이 있는데 구조조정 기능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금리가 오르면 코인, 주식 혹은 부동산 투기가 자연스럽게 정리될 수 있다. 빌린 돈의 이자는 오르는데 그 돈으로 투자한 자산의 가격은 떨어지니 양쪽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금리가 높아지면 그간 넘쳐나는 유동성을 배경으로 방만하게 경영한 기업들이며, 돈으로 연명하며 시장의 질서를 깨뜨려온 좀비 기업들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시장은 실력으로만 경쟁하게 될 터이고, 덕분에 우리 경제는 한 단계 더 성장할 게 틀림없다. 정부의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닌 시장의 힘으로 우리 경제가 도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한국은행 자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