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자기부상열차

입력 2022-07-16 04:10

우리나라에 자기부상열차가 처음 등장한 건 1993년이다. 대전엑스포 피라미드 모양 전시관에서 40인승 열차가 출발했다. 거리는 1㎞에 불과했지만 바퀴도 없이 공중에 떠 움직이는 열차는 미래 기술을 선보이는 엑스포 취지에 꼭 맞았다. 당시는 KTX 차량 선정을 놓고 시끄러울 때여서 더 화제였다.

자기부상열차는 같은 극은 밀어내고 다른 극은 잡아당기는 자석의 원리를 추진력으로 이용한다. 웬만한 자석으로는 어림없었지만 전기저항이 없는 초전도체로 만든 초전도자석이 개발되면서 현실이 됐다. 독일 정부는 1969년 트랜스래피드 프로젝트에 착수해 2007년까지 다양한 방식의 모델을 개발했다. 그중 ‘트랜스래피드 08’은 2002년 중국 상하이에 건설돼 푸둥국제공항까지 30.4㎞를 430㎞/h로 주파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는 시작이 늦었지만 기술 수준은 독일에 뒤지지 않는다. 1989년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에 착수했고, 대전엑스포를 거쳐 2004년 국가기술위원회가 실용화사업으로 확정해 상용화에 돌입했다. 사업성이 높은 중저속(100㎞/h) 도시형자기부상열차 개발이 목표였다. 이후 예산 4149억원이 투입됐고, 정부·민간 기관 26곳의 연구원 300여명이 참여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3년 1월 25일 110㎞/h를 주파하면서 세계 최고의 도시형자기부상열차로 기록됐다. 맨땅에서 출발해 100% 우리 기술로 이룬 쾌거였다.

그러나 감동적인 기술개발 역사에도 불구하고 상업화는 순탄치 못했다. 영종도를 한 바퀴 도는 인천공항 노선 2·3차 확장은 중단됐다. 자기부상열차로 결정됐던 대전도시철도 2호선도 뚜렷한 이유 없이 트램 방식으로 변경됐다. 지난 14일 명맥만 유지되던 인천공항 운행이 중단됐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무관심이다. 도시형은 친환경적인데다 건설비도 바퀴형 경전철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데도 늘 찬밥 신세였다. 초고속자기부상열차 하이퍼튜브 개발에 1조원을 투입키로 한 정부 발표가 떨떠름한 이유다.

고승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