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다른 지역 사이의 의료격차가 해소되기는커녕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진료를 위해 상경하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자원연구센터가 14일 발표한 보건의료실태조사를 보면 전국을 70개 진료권으로 나눴을 때 종합병원(300병상 이상)이 없는 지역은 2016년 10곳에서 2019년 11곳으로 늘었고, 2020년에는 다시 12곳으로 증가했다.
박수경 의료자원연구센터장은 “전체적으로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수를 단순히 따져보면 증가했지만, 기존 없던 지역에 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지역에만 계속 더해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서울을 찾는 환자도 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2016년 대비 2020년 서울 지역으로의 환자 유출은 전체 시도에서 증가했다. 경기도 지역은 이중에서도 가장 큰 3.6%포인트 올라 전국 최고인 22.1%를 기록했다. 강원도가 14.6%, 세종이 13.1%로 뒤를 이었다. 충북과 충남은 모두 12.5%였다.
인구 10만명 당 병원 의사 수는 전국 평균 119명이었다. 그러나 평균을 넘는 진료권은 10곳에 불과했다. 보령 당진 서산 등 10개 진료권에서는 10만명 당 의사가 5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간호인력상으로도 지역 격차는 뚜렷했다. 진료권 중 속초와 논산 당진 김천 사천에는 의료법상 간호인력 3등급 기준을 충족하는 병원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박 센터장은 “의료 격차는 의료 공급과 이용, 이용 결과 모두에서 여전히 나타나고 있고 상황이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공 의료를 강화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며 “격차 완화라는 방향성만 반복해서 얘기할 게 아니라 이번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면밀하게 맞춤형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 효율 면에서도 걱정할 만한 상황이다. 인구 1000만명 당 전체 병상수는 13.2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4.4개)의 3배 수준이었다. 입원환자의 평균 재원 일수와 인구 당 외래환자 수도 OECD 평균의 두 배 수준이다.
박 센터장은 “한 번 병상이 지어지고 보험이 적용되면 무조건 채워진다는 게 ‘레모의 법칙’”이라면서 “의학적 필요도와 무관하게 이용이 많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과다 사용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