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심판대 오른 사형제… 생명권 침해 여부 논쟁 가열

입력 2022-07-15 04:08
헌법재판관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사형제 위헌소헌 공개변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헌재는 사형제가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 합헌 결정이 내려진 지 12년만에 형법 제41조 제1호와 형법 제250조 제2항 중 ‘사형’ 부분 등이 위헌인지 심리했다. 권현구 기자

‘궁극의 형벌’로 불리는 사형제가 12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사형의 범죄 예방효과와 생명권 침해 여부에 대한 뿌리 깊은 논쟁이 4시간30분가량 재현됐다. 재판관들은 정부가 지난 25년간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 공식적 이유, 위헌 결정시 수반되는 파급효과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헌재는 14일 사형을 형벌로 규정한 형법 41조1호와 존속살해죄에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형법 250조2항에 대한 헌법소원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은 2018년 부모를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영석이다. 윤씨는 1심 재판 때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사형제는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청구인 측은 사형제가 본질적 기본권인 생명권을 침해해 위헌이며, 사형이 범죄를 예방한다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도 없다는 주장을 폈다. 대리인은 프랑스의 사형제 폐지를 이뤄낸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로베르 바댕테르를 인용해 “장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라면 사형제 존치는 사회가 완숙에 이르지 못한 징후일 뿐이란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이제 우리도 세 차례의 위헌심사를 거쳐 사형 제도가 폐지된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1996년과 2010년 두 번 사형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사형제 존치 입장에 선 법무부 측은 흉악범에게 사형 선고·집행이 이뤄지는 차원에서 사형제가 달성하는 공익이 가볍지 않다고 반박했다. 법무부 대리인인 정부법무공단은 “응보적 정의와 범죄 일반예방 실현 측면에서 생명권 역시 제한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가장 강력한 형벌인 사형의 범죄 위하력도 인정할 수 없다면 형벌의 일반 예방효과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재판관들은 헌재의 결정이 미집행 사형수에게 미칠 영향, 사형 집행 관련 정부의 입장 등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유남석 헌재소장을 포함해 이석태·이은애·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국회 청문회 등에서 사형제 폐지에 가까운 입장을 낸 바 있다.

이은애 재판관은 법무부를 향해 한국 정부가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 공식적인 이유나 답변이 있는지 물었다. 법무부 측은 “정확한 내용은 조사해서 보고하겠다”고 했다. 이 재판관은 “정부가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유예)’에 찬성한 경위를 아느냐”는 질문도 던졌다. 법무부가 2020년 11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한다”며 사형 집행을 미루기로 결의하고도 사형제 합헌 주장을 한 이유를 물은 것이다.

이선애 재판관은 이번 사건에서 위헌 판단이 나온다면 사형을 규정한 다른 법률 조항도 효력을 잃는지, 미집행 사형수의 구금은 적법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 등을 질문했다. 청구인 측은 “헌재 결정 즉시 검사가 재심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계속 구속)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법무부 측은 “위헌 결정시 당장 구금 근거가 없어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