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정의용·서훈, 인권위 ‘탈북어민 북송’ 조사 협조 거부

입력 2022-07-15 04:08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북송을 거부하며 몸부림치는 탈북 어민. 연합뉴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핵심 인사들이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정부합동조사 결과 보고서, 북송 어민 진술서 등을 제출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거부했던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외교 관계 영향이 우려되고 사안이 국가 기밀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사실은 인권위가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의 인권침해와 관련한 진정 사건을 각하 처분한 이유를 법원에 소명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인권위도 당시 국가안보 등 자료 미제출 사유를 수용해 사건을 ‘각하 후 의견표명’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이런 자료 제출 비협조는 인권위의 과거 대북사건 조사 전례들과 차이가 있다. 인권위는 2016년 류경식당 북한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 직권 조사 때는 국군정보사령부의 각종 기록, 입국 초기 국정원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식당 지배인 진술 등을 확보했다. 2008년 단순 표류로 남측에 내려온 조개잡이배 어민 22명을 북송한 사건 때도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사건 내용을 청취했고, 북송 시 남북 간에 오간 서류까지 확인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3월 인권위의 탈북어민 강제북송 진정 사건 각하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으며, 인권위 항소로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26일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국민일보가 입수한 인권위 측 항소심 준비서면에 따르면 인권위는 조사의 한계를 호소했다. 피진정인으로 지목된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을 상대로 “상당한 기간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자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특히 “이 사건 사실관계가 가장 종합적으로 정리돼 있는 합동조사 결과 보고서, 피해자인 북송 어민 2명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2019년 11월 진정 접수 후 각하 결정이 난 2020년 12월까지 1년여 동안 “피해자들 의사를 포함한 사건 경위 파악의 한계 탓에 진정을 각하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인권위 강제북송 사건 조사에 협조를 하지 않은 점은 인권위 각하 처분이 타당했는지를 두고 진행 중인 재판뿐 아니라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더불어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강제북송 사건에 대해서도 정부의 관련 기록들이 삭제된 정황을 확인 중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의에 따른 북송이었거나 북송 과정이 정상적이었다면 관련 조사 내용을 감출 이유가 없다”며 “드러나는 정황을 보면 살인자라 할지라도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 주민을 강제북송하는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일어났고, 결국 (조사 비협조는) 국가안보 때문보다는 비정상적인 일 처리를 감추려는 목적이 아니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검찰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이날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 관리 담당인 국방정보본부 대령 등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국방부는 MIMS에서 서해 피격 공무원 이대준씨 사건 관련 기밀 자료를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국정원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면서 이씨 피격 사건 첩보보고서가 삭제된 게 맞는지, 그 과정에서 박지원 전 원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형민 조민아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