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북이 모티브… 코로나 2년, 카지노에 버려진 아이 같았죠”

입력 2022-07-15 04:04

“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

이렇게 시작되는 장편소설 ‘카지노 베이비’(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출간됐다. 탄광촌에서 카지노 마을이 된 가상 도시 ‘지음’의 풍상을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이야기다.

43세에 첫 소설을 내며 작가가 된 강성봉(사진)은 14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고, 잘되다가 망하기도 한다”며 “그런 사회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생명력을 갖고 끝까지 살아가는 것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지음은 강원랜드가 들어선 강원도 정선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지음이란 공간은 제가 어릴 적 잠시 살았고, 성인이 돼서도 종종 머물렀던 사북 지역을 모티브로 했다”고 밝혔다.

작가는 이 소설을 코로나19가 유행하는 가운데 주식과 부동산,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불던 시기에 썼다. 지음은 이런 우리 사회의 광풍과 위험을 반영하고 환기하는 공간이다. 그는 “소설 속 카지노에 버려진 아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 2년간 스스로가 자본주의 한 가운데로 던져진 아이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10년 넘게 출판사에 책을 만든 현직 편집자다. 그전에는 3년간 잡지사 기자로 일했다. 매일 1시간씩 일찍 일어나 글을 썼다고 했다. 경기도 외곽의 집에서 서울의 회사까지 오가는 출퇴근 시간에는 휴대폰으로 글을 다듬었다.

지음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 소설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지음이라는 공간을 계속 조망해보고 싶다”면서 ‘카지노 베이비’ 속 인물들이 각각 등장하는 연작소설도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소설가의 길에 이제 막 들어선 그는 “땅에 발붙인 작품” “문턱이 낮은 작품”을 계속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