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직격탄’ 소상공인에 대출만기·상환유예 재연장

입력 2022-07-15 04:09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상담하러 온 시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곳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안전망을 촘촘하게 까는 게 중요하다”며 “현장 목소리를 잘 반영해 정책을 면밀히 준비해 나가자”고 말했다. 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오는 9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사실상 재연장한다. 한국은행이 최근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시장 금리가 빠르게 상승할 전망인데, 늘어난 대출 이자 부담이 소상공인을 압박해 다수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일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이후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 현황 및 계획’을 내놨다. 소상공인 금융 애로 완화부터 주거 관련 금융 부담까지 경감하는 패키지 지원책이다. 상환유예 혜택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 차주가 다시 신청할 경우 금융권 자율로 90~95%를 재연장토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일차적으로 돈을 빌려준 금융사와 빌린 소상공인 간에 해결해야 한다. 금융사가 차주별 신용 상태를 파악하고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도와주고 그럴 수 없는 것은 (부실로) 넘기는 선택을 해야 한다”면서 “은행에는 경제적인 여유가 좀 있지 않으냐. 소상공인 대출 부실 위험을 차주·금융권·정부가 적절히 분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자율지원 대상에 들지 못하는 5~10% 부실 차주 채권은 정부가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조성해 떠맡을 예정이다. 새출발기금은 금융권에서 부실 채권을 사들인 뒤 90일 이상 연체한 차주에 대해 원금을 60~90% 과감히 깎아주고 1~3년의 거치(원금 상환유예) 기간 부여, 금리 인하 등 혜택도 제공한다. 원리금은 10~20년 장기간에 걸쳐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처럼 팔을 걷어붙인 것은 금리 인상기에 가계부채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3%로 조사 대상 36개국 중 가장 높았다. 전체 가계대출 1860조원 중 5%에 해당하는 93조원가량이 취약 차주 몫이다. 3곳 이상 금융사로부터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인 데다가 저소득·저신용자라 금리 상승기 부실 차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95% 대출이 모두 안전한 것도 아니다. 우선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말 692조7000억원에 불과했던 소상공인 대출 잔액은 올해 3월 말 967조7000억원으로 275조원이나 폭증했다. 전체 소상공인 대출 중 70.2%가 변동형이라 금리 상승기 피해가 크다. 지난해부터 금리가 오르면서 2020년 39.7%였던 소상공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올해 41.4%까지 오를 전망이다.

박윤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데, 이는 ‘무딘 칼’에 해당해 피해를 보는 계층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조치는 후폭풍을 감내해야 할 취약 차주를 위해 정부와 중앙은행이 펼치는 폴리시 믹스(정책 조합)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