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공천권 내려놓겠다”… 친명 “이재명 힘빼기” 반발

입력 2022-07-15 04:0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명(비이재명)계 당권 주자들이 ‘공천권 내려놓기’를 승부수로 띄우고 있다. 당대표가 되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약속으로 당심을 공략하는 것인데, 친명(친이재명)계는 ‘이재명 힘빼기’로 규정하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친문(친문재인)계 당권 주자인 강병원 의원은 14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때마다 계파 갈등으로 줄 세우기 양상이 반복되는 건 특정 세력이 공천을 좌우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며 “(당대표가 되면) 공천 권한을 400여명의 중앙위원회에 돌려줘 계파 충돌과 줄 세우기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97그룹의 또 다른 당권 주자인 박용진 의원도 “당대표가 되면 공천심사위원회를 총선 1년 전에 띄워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면서 “공천에 당대표의 개입을 완벽히 차단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위원 선거 출마자들 사이에서도 ‘공천권 내려놓기’ 흐름이 이어진다.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친문계 윤영찬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강 의원의 ‘공천권 반납’ 선언에 동의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천권을 내려놓는 이유로 ‘기득권 타파’와 ‘당 분열 방지’ 등을 내세운다. ‘공천 학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동시에 의제를 선점해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기류에 맞서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명계는 잇단 ‘공천권 반납’ 메시지의 배경에 ‘이재명 당대표’ 당선 이후를 견제하려는 속내가 있다고 보고 반발하고 있다. 전당대회 룰 세팅 과정에서도 나타났던 ‘당대표 권한 줄이기’의 일환 아니냐는 것이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공천을 개인 입김으로 하는 당대표가 요즘 어디 있느냐”며 “시스템 공천이 이미 민주당에 자리 잡은 지 오래됐는데, 이런 메시지를 계속 내는 건 우리를 타격하기 위한 카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 친명계 의원도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벌써부터 공천 방어전에 나선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히 박 의원의 ‘총선 1년 전 공관위 구성안’은 1년 전부터 공천에만 목매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 측은 17일 발표할 예정인 출마 선언문에 공천권 관련 내용을 담을지를 검토하고 있다. 비명계의 ‘당대표 권한 줄이기’ 프레임에 빠지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모양새다.

한편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박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이 의원을 향해 “민주당에 쓴소리 하는 청년 정치인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박지현의 출마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저를 빼고 ‘어대명’ 선거를 하는 것이 당을 혁신하고 다음 총선에서 이기는 길이라고 정말로 믿고 계시는지 말해 달라”고 덧붙였다.

안규영 오주환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