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출하는 근로소득세 개편 요구에 정부가 일부 과세표준 구간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고물가에 임금은 매년 오르는데 과표 구간은 15년째 그대로라 증세와 다를 게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서다. 월급쟁이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데 정부가 세수 감소 우려에 대대적인 소득세 개편에는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소득세 8800만원 이하 과표 구간은 2008년 이후 15년째 그대로다. 근로자 임금이 늘어나 과표 구간을 넘기면 초과분에 대해서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구조다. 소득세는 월급에서 원천징수 되기 때문에 고스란히 정부 세수에 들어간다. 정부가 그간 소득세 과표 구간을 건드리지 않은 것도 안정적인 세입 기반이라는 이유가 크다. 근로소득세수는 2017년 34조원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4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근로소득세수 증가 이유로 근로자 수가 늘어났고, 임금 상승으로 소득세 누진세율 체계에 따라 고소득자의 세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물가가 오르는데도 세금 체계가 유지되면서 서민과 중산층 등 전체 근로자가 내는 소득세도 덩달아 늘었다. 2020년 기준 과세표준 8800만원 이하 납세자는 연말정산을 한 직장인의 97%, 종합소득 신고를 한 개인 사업자의 94%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연금개혁의 일환으로 연금 요율도 올리겠다고 하는 상황이라 직장인의 실질 소득 감소는 불가피해졌다.
정부가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에 나설 경우 8800만원 이하 구간을 손볼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들 계층의 세 부담 완화를 당부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고물가 시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산층과 서민층에 대한 세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부자 감세 지적에 1억5000만원 이상의 과표 구간과 세율을 조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14일 “현재 과표 구간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맞다”며 “소득세와 관련한 여러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1일 정부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여야는 과표 구간과 세율 조정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나섰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800만원 이하 구간을 9500만원으로 높이고 세율은 낮추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과세표준 8800만원 기준을 1억원으로 높이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