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배상 길 열렸지만… 당장 받기는 힘들다

입력 2022-07-15 04:04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지난해 8월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뉴시스

‘머지포인트 사태’의 피해자들이 배상 받을 길이 일단 열렸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이커머스 기업 등에도 배상책임이 있다고 결정했다. 다만 갈 길이 멀다. 기업들이 ‘책임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민사소송 등의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14일 소비자들이 머지플러스,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통신판매중개업자(롯데쇼핑, 지마켓글로벌, 11번가, 위메프, 티몬 등) 등에 대금 환급을 요구한 집단분쟁 조정 신청에 대해 머지플러스뿐 아니라 통신판매중개업자 책임도 일부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머지포인트 사태의 피해액은 2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조정위는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남희 대표이사, 최고전략책임자이자 실제 사주인 권보군씨, 계열사 머지서포터 등에도 연대책임을 물었다. 머지플러스와 권 대표 등에게 22억원, 머지서포터에 19억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머지플러스의 계약상 할인서비스 제공 의무 불이행과 약관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것이다.

또한 머지포인트를 유통한 온라인쇼핑몰의 플랫폼 사업자들에도 배상 책임을 일부 묻기로 했다. 기업마다 배상 규모는 몇 만원부터 2억~3억원에 이른다. 구체적 배상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커머스 기업들이 “플랫폼에 상품이 등록되면 우리 역할은 끝난다. 사용이 잘 되는지 아닌지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정위는 “작은 회사(머지플러스)가 수천억원의 손해와 수십만명 피해를 발생시킨 건 이커머스 기업들의 협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배상 책임을 지게 된 기업들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조정 결정문을 받지 못해 구체적 내용을 검토할 수 없다. 내용을 확인한 뒤 법리상 문제가 없는지 검토를 해봐야 수용할지, 이의 신청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이 성립되면 소비자들은 몇만원부터 몇백만원까지 배상을 받는다. 조정신청에 동참하지 않았더라도 머지포인트로 피해를 입은 모든 소비자에게 배상이 돌아간다. 배상금 산정은 구매금액 대신 ‘계약이 이행됐더라면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금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소비자가 현재 갖고 있는 포인트, 구독 서비스, 구독권의 가치 등을 토대로 계산한다. 여기에 통신판매업자, 통신판매중개업자 기여도에 따라 책임한도를 20~60%로 감면한다.

그러나, 당장 배상이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권 대표 등에 대한 형사재판을 진행하고 있어 일부 업체들은 조정 결정을 수락하지 않고 재판 결과를 따르겠다고 나올 수 있다. 조정위는 “법률적 책임 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15일 안에 조정위 결정에 이의 신청을 하지 않으면 수용으로 간주한다.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개별 소비자가 직접 재판 등의 법률상 집행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이선주 변호사는 “소비자들이 강제력을 얻기 위해서는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좋다. 지금 진행 중인 형사재판의 배상 명령 신청에 참가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문수정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