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예능 PD인 나영석에게도 당당하게 “영석이 형, 왜 그래”라고 외치는 이들. tvN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 출연진은 이 한 마디로 첫 회부터 관심을 모았다. 이 프로그램은 MZ세대 멤버들의 거침없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주며 3주 연속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나영석 박현용 PD가 연출을 맡은 ‘뿅뿅 지구오락실’은 여성 출연진으로 구성한 ‘신서유기’라 할 수 있다. 해외에서 멤버들이 게임을 하고 벌칙을 받는 식이다. 지구로 도망간 달나라 토끼를 잡기 위해 4명의 용사가 뭉쳐 시공간을 넘나든다는 설정을 추가했다.
포맷은 기존 예능과 비슷하지만 멤버들이 이 프로그램만의 재미를 만들어낸다. MZ세대의 열렬한 환호를 받는 코미디언 이은지와 래퍼 이영지, 걸그룹 오마이걸의 미미, 아이브의 안유진이 출연한다. 나이가 가장 많은 이은지가 1992년생, 막내인 안유진은 2003년생이다. MZ세대 특유의 자유롭고 솔직한 모습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한다.
14일 콘텐츠 화제성을 조사하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뿅뿅 지구오락실’은 지난달 24일 첫 회가 방영된 6월 4주차부터 비드라마 TV 화제성 1위에 올랐다. 이달 2주차 집계된 순위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클립 영상들은 대부분 100만 조회수를 넘겼다.
MZ세대 출연진은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다. 제작진이 깔아놓은 판에서 노는 게 아니라 판을 뒤흔든다. 나 PD가 어려울 법도 하지만 멤버들은 ‘영석이 형’에게 거침없이 요구사항을 말한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자투리 시간에 이영지는 “오락실인데 게임을 너무 안 해”라며 나 PD에게 핀잔을 준다. 게임을 달라고 조르는 멤버들을 보며 나 PD가 진땀을 빼는 모습도 관전 포인트다. 심지어 자유여행 시간에 이은지는 나 PD에게 “영석이 형, 사진 좀 찍어줘요”라고 자연스럽게 말한다. 나 PD가 찍어준 사진을 보며 이은지가 “최악이네”라고 말하는 장면은 큰 웃음을 자아냈다.
멤버들에게선 MZ세대의 특성이 온전히 드러난다. 시시때때로 스마트폰을 꺼내 개인 방송을 하거나 영상을 찍는다. 태국어로 식당 상호가 적힌 메모만 갖고 1시간 이내에 찾아오라는 미션을 받았을 때도 당황하지 않는다. 태국어를 읽지 못해도 문제가 없었다. 구글에 접속해 태국어가 적힌 메모를 찍어 번역하는 데 고작 30초가 걸렸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도 출발 전 인증샷은 빼놓지 않았다.
김교석 예능 평론가는 “게임이나 세계관 형태는 ‘신서유기’와 같은데 캐스팅이 주는 묘미가 돋보이는 사례”라며 “4명의 멤버가 제작진의 주문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놀 줄 아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온다”고 분석했다. 이어 “웃기려고 하거나 캐릭터를 일부러 구축하려 하는 게 아니라서 다른 느낌을 준다”며 “이들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는 나 PD의 모습을 보여주며 ‘세대 격차’를 웃음 코드로 재밌게 풀어간다”고 덧붙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