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금리 부담 취약계층에 전가해선 절대 안 돼

입력 2022-07-15 04:01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참석에 앞서 취업상담 창구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14일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를 열어 취약층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을 내놨다. 전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은 데 따른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발 빠른 움직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회의 주재 직전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창구에서 서민들로부터 애로사항을 들었다. 대통령의 민생현장 방문은 백 마디 말보다 큰 정책 신뢰를 심어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는 회의에서 “금리 인상 부담이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대책을 내놓음으로써 금융시장에도 안도감을 심어줬다.

지금까지 대책들이 임시방편의 부채 상환 유예 위주였다면 이날 대책은 취약한 채무 구조 개선에 방점이 찍혔다. 새출발기금을 조성해 30조원 목표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부실채권을 매입하거나 8조7000억원을 투입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가계부채(1900조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자영업자 대출 910조원 가운데 부실위험 대출 규모는 82조원(9.2%)으로 빚 폭탄의 뇌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새출발기금을 통한 30조원의 부실채권 매입은 충분하진 않지만, 부채 연착륙 기반마련에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위기 때마다 구원군으로 동원했던 한국자산관리공사나 신용보증기금 등을 이날 대책에 또 등장시킨 것은 그만큼 선제 조치가 긴요해졌음을 방증한다. 그런데 이 역시 대책의 종착역이 될진 장담할 수 없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1%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자 연방준비제도가 이달 말 금리를 1.0%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까지 밟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위기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 불확실하다. 은행 등 금융권의 적극적 동참이 긴요한 이유다.

그러나 이날 대책은 정부만 안달 났을 뿐 금융권은 마지못해 따라 한다는 느낌이다. 예컨대 10월부터 기존 소상공인 대출 90~95% 만기연장과 상환유예를 위해 ‘주거래금융기관 책임관리’를 추진키로 했지만 정부 기대치에 불과하다. 또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리는 내용은 지난 대책을 재탕한 것인 데다 5년 만기 고정금리 적용 이후 나머지 기간은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것으로 생색내기에 그쳤다. 차제에 15~30년 이상 모기지 고정금리가 90%를 넘어 금리가 올라도 부담이 적은 미국처럼 대출 구조를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변동금리 대출이 82%나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벤트성 정책 금융만으로는 혈세를 낭비하고 은행들 배만 불려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