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검은숲에서 몰디브의 초록숲까지’… 풍경화의 성찬

입력 2022-07-15 04:05
‘몰디브 블루’, 나무에 유채, 2022년. 갤러리조선 제공

인물화와 오브제 작업 등 폭넓은 변주를 해오던 박이도(40) 작가가 풍경화에 몰두했다. 서울 종로구 북촌로 갤러리조선에서 하는 개인전 ‘검은 숲’에선 국내외 여러 장소를 그린 풍경화를 만날 수 있다. 관람객을 감탄케 하는 것은 주제와 내용,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되는 붓질과 색감이다. 한 작가의 화풍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표제작 ‘검은 숲’은 깊고 어두운 침엽수림을 검은색으로 표현했는데, 오싹한 느낌이 들면서 마녀가 나오는 중세 유럽의 컴컴한 숲이 상상이 된다. 실제 작가가 프랑스에 유학하던 시절에 여행 간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의 숲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이 숲은 동화 ‘헨델과 그레텔’의 무대가 된 곳이다. 신혼여행을 간 몰디브의 숲을 그릴 때는 붓질과 색감이 180도 달라진다. 초록과 파랑의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선으로 화면이 출렁인다. 현재 거주하는 남양주의 하천을 그린 풍경화에는 산책자의 여유가 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풍경의 상황에 맞는 테크닉을 구사하기 위해 붓질은 물론 손으로 비비고 물감을 뿌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나온 풍경화의 제목으론 ‘검은 숲’ ‘조용한 핑크’ ‘몰디브 그린’ ‘오로라 화이트’ 등이 붙어 있다. 특정한 상황을 색으로 치환하려는 작가의 의식구조가 엿보이는 제목들이다.

급기야 ‘빅 블루’에선 실제가 아닌 상상의 풍경을 그렸다. 이를 계기로 ‘부끄러운 분홍’ ‘시큼한 초록’ 등 색이 주는 심리를 그린 추상화로 나아갔다. ‘부끄러운 분홍’ 등은 단색으로 보이지만 풍경이 주는 이미지를 요약한 색상이라는 점에서 풍경화의 새로운 버전인 셈이다. 작가는 프랑스 디종 보자르에서 학사를, 스트라스부르 아르데코에서 석사를 마치고 2014년 귀국했다. 7월 27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