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업계 최고 속도의 그래픽 D램인 ‘24Gbps GDDR6(Graphics Double Data Rate)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기존 데이터 처리 속도의 한계를 기술력으로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Gbps는 1초당 전송되는 기가비트 단위의 데이터다.
삼성전자의 24Gbps GDDR6 D램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활용한 3세대 10나노급(1z)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16GB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3월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D램 모듈을 공급했었다. 지난해 10월 EUV 공정을 활용한 업계 최소 선폭의 D램을 양산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업계 처음으로 EUV 공정을 그래픽 D램 개발에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24Gbps GDDR6 D램에 하이케이 메탈게이트(HKMG) 기술을 도입해 동작 속도를 기존 18Gbps GDDR6 D램 대비 약 30% 이상 높였다. 하이케이 메탈게이트는 누설전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속 소재 신물질을 게이트단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24Gbps GDDR6 D램을 프리미엄급 그래픽 카드에 탑재할 경우 최대 초당 1.1T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풀 HD급 영화 275편을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속도”라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는 국제 반도체 표준화 기구인 JEDEC 규격에 맞췄다. AI나 그래픽가속기 업체들이 쉽게 채용할 수 있도록 호환성을 확보했다. 이달 중 주요 고객사의 차세대 시스템에 탑재돼 검증이 시작될 전망이다. 그래픽 D램은 PC, 노트북, 게임 콘솔뿐 아니라 초고속 대용량 데이터 처리 기술을 요구하는 차세대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과 고해상도 지도, 동영상 스트리밍 등을 지원하는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력을 통해 초격차 지위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세계 그래픽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42.4%, 38.9%를 기록하며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별화된 그래픽 D램 솔루션으로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