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반가사유상 미소에서 한민족 역사를 보다

입력 2022-07-14 18:09 수정 2022-07-14 21:10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의 모습. 역사와 유물, 박물관 등을 주제로 글을 쓰는 황윤 작가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주인공을 금동반가사유상으로 보고, 이를 중심으로 박물관 전시 전체를 꿰어내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작가 황윤은 오래전부터 금(金)을 자신만의 주제로 삼아 국립중앙박물관을 관람해왔다. 언젠가 국립중앙박물관을 주제로 책을 쓴다면 그 주인공은 금동반가사유상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국보 금동반가사유상 두 점이 지난해 11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전시되고 있다. 이곳을 찾은 작가 황윤은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 미소보다 아름답다”고 감탄한다. 이 책은 ‘사유의 방’까지 가는 길을 안내하며 국립중앙박물관을 소개한다.

박물관 1층 구석기·신석기 전시실에서 시작하는 여정은 청동기와 고조선, 고구려 전시실로 이어진다. 청동으로 제작된 몸체에 금을 칠해 완성한 반가사유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반도 내 청동과 금의 흐름을 보여준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유물을 하나하나 비교하며 삼국과 중국을 둘러싼 외교, 힘의 이동, 기술력 등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두 점의 금동반가사유상은 1300여년의 한반도 역사에서 살아남아 삼국시대 선조들의 감각을 우리에게 잘 전달하고 있다”며 “한 시대를 대표하는 위대한 작품으로서 가능한 안전하게 미래세대가 만날 수 있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저자는 국립중앙박물관뿐 아니라 문화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지난해 문화재보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당시 순서대로 부여했던 지정 번호를 표기하지 않게 됐다.


황윤은 같은 종류의 국보가 같은 이름을 갖게 된 상황을 짚으며 우리 유물을 구분하고 친숙하게 부르는 각각의 이름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보와 보물이 서울에만 집중돼 있는 점도 지적한다.

저자는 “만일 전쟁이라도 나서 서울에 미사일이 떨어지면 대부분 주요 유물을 서울에만 집중시킨 현 상황에서는 동산 형태의 국보, 보물의 60~70%가 사라질 것”이라며 “조선시대에 ‘조선왕조실록’을 평화 시기에 미리 여러 지역에 배분해둠으로써 임진왜란으로 수도를 포함한 전 국토가 참화를 경험했음에도 그 역사가 살아남았다는 것을 인식하면 좋겠다”고 제안한다.

글쓴이는 역사학자이자 박물관 마니아다. 대학에선 법을 공부했다. 혼자 박물관과 유적지를 찾아 감상하고 고증하며 공부하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삼국시대와 신라에 특히 관심이 많다. 유물과 미술 작품 관련 일을 하며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역사 교양을 대중화하기 위해 글을 쓴다.

저서로 ‘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 ‘도자기로 본 세계사’ ‘박물관 보는 법’ 등이 있다. ‘나 혼자 전주 여행’ ‘나 혼자 가야 여행’ 등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도 썼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