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머리숱 없다는 이유로 삶 낭비하고 주님 원망… 내가 주인 된 삶 회개하고 진정한 행복 되찾아

입력 2022-07-18 03:03

초등학교 5학년 때 소아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5~6개월 치료를 받고 좋아졌지만, 빠진 머리카락은 예전처럼 나지 않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대학에 들어가 펌을 하여 반쯤 묶으며 대충 감출 수 있었다. 머리를 풀지도, 다른 스타일로 변경할 수도 없는 콤플렉스를 안고 사회에 나왔다. 머리숱과 스타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혼자 근무하는 사무실이나 오래 머물지 않는 계약직을 찾아 직장에 다니다 말다를 반복했다.

외모 가꾸기와 이성교제는 더욱 문제였다. 똑같은 머리 스타일에 어울리는 옷도 적고, 어쩌다 남자가 관심을 보여도 겁부터 났다. 묶은 머리를 마음대로 풀 수 없으니 집 이외의 곳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언젠가 제빵회사에 합격해 기대에 차서 첫 출근을 한 다음 날, 분기별로 직원워크숍을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취업했다고 무척 좋아하던 부모님께 회사가 근무조건과 급여를 속였다고 우는 연기까지 하며 거짓말을 하고 그만두었다.

그렇게 머리숱으로 자신감 없이 살았지만 친구를 따라 교회에 가면 그냥 마음이 편안했다. 목사님께서 예수님의 부활이 믿을 만한 증거라고 계속 선포하셨지만 늘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어느 날 사도행전에서 ‘저를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믿을 만한 증거를 주셨다.’는 구절이 눈에 딱 들어왔다. 그리고 제자들은 오직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한 것과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으시고 살아나실 것이 이미 예언되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순간, 부활은 예수님을 하나님으로 믿을 수 있는 정확한 증거임이 알아지며 예수님은 나의 하나님, 나의 주인임을 고백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주인 되어 눌려 살았던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내 마음에 주인으로 영접했다.

집을 떠나서 잠을 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토요일 밤 찬양예배를 2~3시간 드리고 교회 생활관에서 함께 잠을 잤다. 지체들과 말씀으로 교제를 나누고, 수련회 때면 늘 4박 5일간 함께 지내도 머리에 대한 염려 없이 마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다 어느 형제님이 ‘세상은 흑암이다. 세상의 하나만 마음에 꽂혀도 죽는다.’는 제목의 간증을 했다. 형제님은 악한 자 안에 처해 있는 세상에서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지 않으면 마귀의 포로가 되어 끌려 다닌다며 이스라엘 민족이 열하루 갈 길을 40년 걸린 이유는 결국 마귀에게 속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서 어느 자매님의 ‘복음을 듣고도 여전히 자기문제에 갇혀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다.’라는 간증을 하며 자신과 가정의 치부까지 오픈하여 공동체의 기도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에 크게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남들보다 머리숱이 조금 없다고 내가 왜 이렇게 살았지?’ 성령께서 그동안 마귀가 넣어 주는 생각에 속고 살았던 내 모습을 정확히 보여주셨다. 그리고 “혜란아! 예수를 주인으로 믿는 교회공동체가 바로 이런 곳이야. 너도 이제 너를 묶고 있던 올가미를 풀고 오픈하여 함께 전진해야 하지 않겠니?”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아! 하나님께서 교회 공동체를 통해 복음으로 세상을 살리기 원하시는구나!’ 준엄하고 간절한 하나님의 음성으로 듣고 20년 넘게 꽁꽁 숨겨놨던 비밀 같지 않은 비밀을 공동체에 오픈했다. ‘내가 머리숱이 적어서’라는 이유로 요 모양 요 꼴로 살았다고 고백할 때 모두들 “괜찮아. 그동안 마귀에게 속아서 그런 거야.” 하는 말에 나를 묶고 있던 사슬이 한순간에 풀어졌다.

머리숱이 없다는 이유로 삶을 낭비하고 하나님을 원망하고 염려하며 살았던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예수님을 무시하고 주인 되어 살았기 때문이었다. 그 죄를 하나님 앞에 회개하자 진정한 기쁨이 내게 임했다. 이렇게 삶이 자유하고 행복한데 정말 하잘 것 없는 작은 일에 휘둘려 내 인생이 뒤틀렸던 것을 생각하니 어이가 없었다. 그동안 다른 사람에게 입을 여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는데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이 불같이 일어나며 지체들과 함께 노방전도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 담대함은 흔들리지 않는 복음에서 나오고, 복음의 능력을 삶으로 보여주는 공동체가 있어 가능했다. 물론 반쯤 묶고 다니던 머리도 자유롭게 풀고, 미용실도 편하게 가서 머리를 한다. 집 아닌 곳에서도 잘 자고 여행을 가도 아주 자유롭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목감기가 심하여 병원에 갔다. 상상도 못한 갑상선암이란 진단에 순간, 앞이 캄캄해지며 마음이 너무 복잡해졌다. 그러나 곧 나와 함께하시는 예수님을 바라보았고, 공동체의 기도에 힘입어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을 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수술 후 지금까지 건강히 지내며 다시 취직도 했다. 머리숱 적은 모습으로 인해 일하다 쉬기를 반복하던 내게 분에 넘치는 감사한 곳이었다.

가끔 직장생활의 어려움과 삶에서 염려가 들어올 때마다 예수님이 나의 주인이고 공동체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기쁨으로 일어선다. 더 이상 이 땅의 것으로 눌리지 않고 주님이 주신 사명을 감당하며 천국의 삶을 살게 해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문혜란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