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하지 않은 가정에서 불안하게 자랐다. 아버지는 사법고시에 몇 번 실패하고, 어머니도 꿈 한 번 펼치지 못한 채 결혼했다. 어머니는 ‘예원아, 나는 너고, 너는 나다.’ 하시며 온갖 정성을 내게 쏟았다. 유치원 입학식 날, 단정한 차림과 반듯한 행동으로 교장선생님의 칭찬을 받자 어머니는 단번에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부모님이 행복해지는 이유를 알게 된 나는, 열심히 공부하여 명문대를 졸업하고 출세하여 자랑스러운 딸이 되리라 굳게 다짐했다.
음식점을 오픈한 부모님은 몸을 사리지 않고 일하여 학원, 과외, 학습지 등 나를 위해 모든 투자를 했다. 그러나 도무지 공부에 집중할 수 없고 책만 펴면 머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리며 붓는 등 몸까지 엉망이었다. 성적표를 받아 든 어머니는 늘 깊은 한숨만 쉬었고, 결국 수능에서 충격적인 점수가 나왔다. 새로운 각오로 재수에 들어가 잠도 줄여가며 미친 듯이 공부하여 다행히 모의고사 성적도 오르고, 자신감도 생겼다. ‘하나님! 제발, 이번 한 번만 도와주세요.’ 간절히 기도하며 수능을 보았지만 첫 번째 수능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결국 상상도 못하던 대학에 입학하자 아버지는 입을 닫으셨고, 어머니는 입학식 날 강당 한쪽 구석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하나님께서 나를 버렸다는 절망감과 3류 대학, 3류 인생이란 생각에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부모님의 갈등은 더 심해지고 어머니는 우울증에 시달렸다. 눈빛이 달라진 어머니가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여 혹시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상상에 수시로 방문을 열어 확인했다. 금식기도원에 가서 4~5일씩 금식하며 부모님을 위해 부르짖었지만 달라지지 않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미 유학 중이던 동생과 지내니 걱정할 일도, 출신대학이 나를 옭아매지도 않아 살 것 같았다. 하나님을 찾을 이유 또한 전혀 없었다. 그때, 내 신앙의 현주소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
마침 미국에서 만난 친구가, 라마단 기간이라 종일 먹지도 않으며 너무나 확신에 차 알라를 믿으라고 권했다. 게다가 환상을 보고, 예언을 하는 등 강력한 체험도 하고 능력까지 나타났다. 그래도 나는 그에게 하나님을 믿으라며 예수님을 전했다. 그러나 친구는 예수는 오직 선지자일 뿐이라며 유일신인 알라만이 진짜 신이고, 다른 신을 믿으면 지옥 불에 떨어진다며 오히려 강하게 나를 설득했다. 갑자기 신앙이 흔들리며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누가 진짜 참 하나님일까?’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기독교 입장에서 이슬람교를 비판한 책, 이슬람교를 객관적으로 쓴 책 등을 찾아보고 코란도 읽었다. 그럴수록 더욱 혼미해졌다.
그럴 즈음에 한마음교회에 다니던 친구가 교회수련회에 꼭 오라고 연락하여 방학 때 귀국하여 바로 교회로 갔다. 어느 언니가 “너 천국 가봤니? 안 가봤는데 어떻게 믿어? 너 하나님 봤어? 못 봤는데 어떻게 믿어?” 질문을 받은 나는 꼼짝할 수 없었다. 언니는 예수님이 하나님이신 증거가 있다며 성경대로 사람으로 오신 하나님이 성경대로 죽고, 다시 살아났다고 했다. 그 말이 가슴에 딱 박히며 ‘예수님이 하나님이시구나!’라는 고백이 터져 나왔다. 내가 그렇게 찾던 증거는 ‘예수님의 부활’이었다. 제자들이 부활을 전하다가 죽은 이유도 너무 선명했다. ‘진짜 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확실한 물증을 잡으며 모든 고민이 풀렸다. 마태복음 7장의 입술로 ‘주여 주여’ 하는 자가 바로 나였음이 알아지자 창자가 끊어질 것 같은 통곡의 회개가 터졌다. 그리고 바로 한 번도 믿지 않았던 예수님을 나의 영원한 주인으로 맞아 들였다.
그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부모님께 달려갔다. 아버지는 황당해 하시며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가고,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끝까지 들어 주었다. 그런데 옆에서 듣고 있던 연변에서 온 여직원이 자신이 예수님을 믿겠다고 하여 함께 눈물로 영접기도를 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나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하며 가슴 뛰는 나날을 보냈다. 기도에 응답하신 하나님께서 꿈에 그리던 미국 땅에 작은교회도 세워주셨다. 나의 변화에 늘 의아해하던 어머니는 교회로 찾아가 예수님을 영접하고 우울증이 해결되었고, 이게 무슨 일인가 하며 바라보던 아버지의 마음도 열려 함께 예수를 믿고 예배드리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 후, 하나님의 은혜로 신학을 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사랑스런 아이도 선물로 받았다. 그리고 부모님의 권유로 카페를 오픈했다. 힘든 2년을 보내자 남편은 전도와 양육에 전념하고 싶어 했다. 이 문제를 두고 함께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사업 번창을 생각하며 내가 주인 되어 살아 온 모습을 알게 해 주셨다. 바로 회개하고 카페에서 복음을 전하기로 했다.
카페에 종일 찬양을 틀고 복음 메시지를 영상으로 돌리며 손님들에게 전도지를 전해주면서 복음을 전했다. 놀랍게도 하나님께서 많은 손님들을 보내주셨고, 복음을 들으러 찾아오는 분들도 늘어났다. 게다가 각 교회 구역예배와 교회 모임 장소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카페도 주님의 것이니 모든 것을 주님께 의뢰하며 부활하신 예수님만 바라보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김예원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