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얼어붙으면서 최근 2년간 자사주를 매입했던 MZ세대(20·30대) 직장인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특히 여윳돈이 아닌 사내 대출로 매입 자금을 조달한 이들은 되레 빚더미에 올라 좌불안석이다.
대기업 4년차 직장인 A씨(31)는 지난해 초 자사주 3000만원어치를 매입했다. 당시 주가는 산업 특수와 글로벌 양적 완화 등에 힘입어 1년 만에 5배 이상 폭등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A씨는 사내 대출로 자사주를 매입했다. 회사는 저금리 사내 대출을 통한 자사주 매입을 적극 홍보해 A씨 외에도 많은 직원이 대출로 자사주를 샀다. A씨는 “자사주를 ‘사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이 돌 정도로 투자 열기가 달아오른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현재 이 회사 주가는 A씨가 매입한 가격인 4만원에서 크게 낮아진 3만원대 초중반을 기록 중이다. A씨는 평가손실과 함께 빚 부담까지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최근 하락장세에서는 사내 대출로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면 회사가 욕을 먹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일부 임원에게 자사주 매입을 권유하며 대출상품을 안내했지만 사내 반응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이들은 더 불안하다. 지난해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 주가는 지난 5월 공모가인 3만9000원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해 13일 3만1600원까지 떨어졌다. 증권신고서를 보면 전체 공모 주식 6545만주의 20%인 1309만주가 우리사주에 배정됐다. 1인당 평균으로 따지면 1만2900주(약 5억300만원)를 받은 셈이고 평가손실은 1억원에 가깝다.
카카오페이도 공모가가 9만원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25% 빠진 6만7500원이다. 우리사주는 직원 1인당 평균 4005주(약 3억6000만원어치)가 배정됐고 평가손실은 9000만원이다. 게임 제작업체 크래프톤의 경우 상장 첫날 시초가(44만8500원)부터가 공모가(49만8000원)에 미치지 못해 직원들이 속앓이했다고 한다. 현재 주가는 반 토막도 되지 않는 24만2500원이다.
자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은 주식을 팔지도 못한 채 내려가는 주가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우리사주를 배정받으면 퇴사하지 않는 한 1년 동안 주식을 매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때 공모가 대비 배가 넘는 평가수익을 올렸던 카카오뱅크(141.0%) 카카오페이(176.1%) 등 직원들의 속이 특히 쓰릴 것으로 보인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