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하반기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복합위기 상황을 민간 중심으로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뒷받침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추 부총리는 13일 제주 서귀포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45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 정책강연자로 나서 “하반기에는 물가를 잡는 데 올인하겠다. 추석이 예년보다 빨라서 추석 물가는 힘들 수 있다. 10월쯤 되면 장바구니 물가는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금리인상이 다른 곳에 주름을 줄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더 큰 우려는 그 이후에 올 경기침체”라고 덧붙였다.
또 추 부총리는 “우리 경제는 이전부터 구조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많아서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지난 5년간 정부부채가 크게 늘어 정책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도 많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도 이겨낸 저력 있는 국가다. 이번에도 힘을 모아서 단기적으로 물가 안정, 그리고 경제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기업이 앞장서서 경제를 살리고 미래로 가는 문을 활짝 열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뒷받침 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개회사에서 생존하기 위해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아르키메데스는 욕조 안에 들어가서 부피와 무게의 다른 점을 생각하며 휴식을 취하다 인류를 바꾸는 생각을 해냈다. 변화는 계속되고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사고를 조금 유연하게 하면 좋을 거 같다”고 했다.
국내 주요 기업인이 모여 경제 해법을 모색하는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은 3년 만에 개최됐다. 600여명의 기업인이 복합위기 상황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데 머리를 맞댔다. 해외 석학들은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 현주소를 진단하고 통찰을 제시했다. ‘붕괴(Crashed)-금융위기 이후 10년,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나’의 저자인 경제사학자 애덤 투즈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포스트 워(Post War) 시대’를 전망했다. 투즈 교수는 새로운 패러다임 체제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경쟁과 갈등이 깊어질수록 한국 독일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관측했다. 그는 “숱한 문제점에도 글로벌화를 포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특히, EU와 한국의 협력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범 사례로서 긍정적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용석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교수는 “세계경제 공급망 불안, 스태그플레이션, 북한의 안보 및 경제불안 요인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라면서 “불확실성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새로운 세계화 전략’ ‘미래를 내다보는 기술 투자’ 등을 해법으로 제안했다.
제주=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