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왜곡 있었나… 檢, 월북조작·강제북송 의혹 동시 수사

입력 2022-07-14 04:06
서울중앙지검이 13일 오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 수사와 관련해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했다. 국정원은 지난 6일 두 사건과 관련해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의 실체 복원을 위해 압수수색에 나선 건 국가정보원이 고발장을 낸 지 7일 만이다. 검찰은 그간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으며, 피고발된 두 전직 국정원장을 입건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았다. 검찰이 ‘월북 조작’과 ‘합동조사 강제 종료’ 의혹을 규명하는 과정에는 문재인정부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의 국정원 압수수색은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할 국정원 내부 증거 확보 차원에서 진행됐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서해상 사망과 관련해 작성된 첩보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 탈북어민 2명의 북송 전 정부 합동조사를 조기에 종료시킨 혐의가 있다.

서로 다른 두 사건을 놓고 벌어지는 검찰 수사는 지난 정부의 조치가 과연 충분한 절차·근거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특정한 의도로 은폐·왜곡됐는지 살핀다는 공통점이 있다. 관련 부처의 공식 입장이 사건 당시에 비해 정반대로 뒤집혔다는 점도 두 사건의 공통점이다. 해양경찰청과 국방부는 1년여 전 이씨가 월북을 시도했다고 발표했지만 지난달 “단정할 수 없다”고 번복했다. 통일부는 앞서 강제북송한 어민 2명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확정돼야 한다”며 그 법적 지위를 부정했지만, 현재는 “탈북어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 “추방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말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 서해 공무원 사건 최종 브리핑을 맡았던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정부가 월북 의사 판단을 바꾼 경위를 조사한 것이다. 박 전 원장을 고발한 국정원 관계자들도 조사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검찰이 국정원 서버에 접근하거나 직접 검색하는 방식이 아니라 임의제출 방식으로 진행됐다. 법조계는 “공문을 통해 확보할 수도 있지만, 증거 수집에서의 절차적 시비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검찰 강제수사 범위는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월북 조작 의혹 규명을 위해서는 지난 정부가 월북 의사 판단 근거로 밝힌 군 특수정보(SI)를 검증해야 한다. 강제북송 의혹 조사에는 일부 부처만 공유했던 합동조사 보고서 내용 파악이 필요하다. 검찰은 ‘예단 없는 실체 파악’ 기조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조민아 구정하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