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살 소년 에밋과 그의 여덟 살 남동생 빌리는 링컨 하이웨이를 타고 가 캘리포니아에 산다는 엄마를 찾을 계획이었다. 엄마는 오래전 집을 떠났다. 에밋은 이제 막 소년원을 출소해 중부 네브래스카의 집으로 돌아왔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농장은 압류된 상태다.
링컨 하이웨이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잇는 미국 최초의 횡단 고속도로다. 새로운 삶을 향한 형제의 여정은 첫날부터 어긋난다. 에밋의 소년원 친구인 더치스와 울리가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둘은 에밋의 차를 갖고 뉴욕으로 가버린다. 에밋 형제는 화물열차를 몰래 타고 뉴욕으로 향한다.
소년들의 여정은 이후에도 계속 어긋난다. 인생의 여정은, 특히 소년들의 경로는 직선적이지 않고 예측 가능하지도 않다는 걸 말하는 듯하다.
“음, 한마디로 그게 인생이지. 안 그래? 가보고 싶은 곳은 이곳인데, 가야만 하는 곳은 저곳인 상황 말이야.”
한 걸인이 에밋에게 한 이 말은 소설의 주제를 표현해 준다. 이 소설은 친구와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에밋이 만난 60대 수녀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 애의 내면에는 선함이 있다는 걸 우리 둘 다 알고 있잖아. 애초부터 거기 있었으나 온전히 꽃피울 기회를 갖지 못한 선함이 말이야. 그 애의 인생에서 중요한 이 시기에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믿음직하게 응원해줄 친구란다.”
소설 ‘링컨 하이웨이’는 1954년 6월 12일부터 열흘 동안 소년들의 여정을 따라간다. 하루의 이야기를 하나의 장으로 구성해 날짜순으로 전개하는 형식이다. 이 소설에는 여덟 명의 ‘나’가 나온다. 화자가 계속 바뀌면서 이야기의 넓이와 깊이를 만든다.
소년들은 링컨 하이웨이를 타려고 했다. 그러나 계획은 뒤틀리고 경로는 어긋난다. 그들은 하이웨이 대신 수많은 우회로를 거치며 나아간다. 삶의 우연이 선사하는 놀라움을 발견하고 예상치 못한 전환이 일어나기도 한다.
열흘간의 이 여정은 소년기라는 시간 전체에 대한 은유처럼 보인다. ‘소년 미국’의 성장기처럼 읽힐 수도 있다.
작가 에이모 토울스는 소설의 배경을 1954년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베트남 전쟁과 반전운동, 민권운동, 성혁명, 로큰롤 등 미국의 60년대를 정의하는 모든 문화적 격변이 54년에 준비됐고 수면 아래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설은 50년대의 미국 풍경과 문화를 곳곳에 배치했다. 에밋의 친구 샐리는 이 시대 젊은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링컨 하이웨이’는 에이모 토울스의 세 번째 작품이다. 토울스는 투자전문가로 20년 동안 일하다가 40대 후반에 ‘우아한 연인’(2011년)을 발표해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그의 두 번째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2016년)는 전작보다 더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진지한 독서가로 유명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사랑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오바마는 ‘링컨 하이웨이’를 2021년 최고의 책으로 꼽았고, 빌 게이츠는 올여름 추천도서 5권에 이 책을 포함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