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3일 단행한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은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조치다. 물가를 당장 내리기는 어렵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춰 임금과 상품·서비스 가격의 상승 속도를 제어하겠다는 의도가 들어 있다. 다만 커진 이자 부담은 민생 경제 회복을 둔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상 초유의 이날 기준금리 인상이 6%대에 진입한 물가 상승 추세를 단번에 역전시키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물가를 관리하는 첫 번째 수단이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맞지만 현 상황은 공급 측면의 대외적 요인이 커 금리 인상이 즉각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기대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각 경제주체의 물가 인상에 대한 심리를 완화해 실제 물가 인상 속도를 둔화하는 효과를 내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물가 상승이 대외적 요인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을 관리해 임금이나 상품·서비스 가격 인상 폭을 제어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으로 은행 대출에 의지하고 있는 서민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투자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 싱크탱크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기준금리가 0.5% 포인트 오르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매출 규모가 작고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정도가 더 크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빅스텝 이후 대기업의 이자 부담은 1조1000억원, 중소기업은 2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931조원이고 이 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437조원에 달한다”며 “금리가 지속해서 인상된다면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처럼 건실한 중소기업도 외부 요인에 의한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이는 실물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은 노동시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 일자리사업 종료 등으로 취업자 수가 줄어들고 있고, 경기 위축까지 더해져 고용지표가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취업자 증가 폭은 점차 둔화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기저효과, 직접 일자리 정상화 등으로 증가 폭 둔화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미국에서는 테슬라, 넷플릭스 등 기업들이 이미 정리해고에 나섰다.
실제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84만1000명 증가해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 폭이 줄었다. 1월과 2월에는 취업자 수가 100만명 이상 늘었는데, 3월 이후 석 달 만에 증가세가 멈춘 것이다. 6월 기준 22년 만에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늘었지만 긍정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 직접 일자리 비중이 높은 60대 이상 취업자 수 증가가 47만2000명으로 56%에 달하기 때문이다. 취업자 증가분 중 방역 인력 등 공공일자리로 분류되는 공공행정·보건복지 비중은 30.6%다.
청년(15~29세) 취업자 수도 증가 폭이 둔화됐다. 6월 기준 청년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0만4000명 늘었는데, 지난해 3월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작았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일상회복 본격화에 따른 대면 업종 개선으로 고용 증가세가 지속됐지만 앞으로 고용 상황을 전망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많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