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에 ‘역머니 무브’… 약세장 증시, 미래는 더 캄캄

입력 2022-07-14 00:05
코스피가 2,300선 아래로 하락한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모니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의 ‘빅스텝’ 단행으로 예·적금에 돈이 몰리는 ‘역머니 무브’가 더 강해질 전망이다. 반면 이미 약세장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주식시장은 거래절벽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장기적으로 경기 침체 우려를 높여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 직후 시중은행들도 줄줄이 수신(예금) 금리를 인상했다. 하나은행은 예·적금 금리를 최대 0.9%포인트, 우리은행은 0.8%포인트, NH농협은행은 0.6%포인트 상향한다고 밝혔다.

이에 고금리의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 예·적금 잔액은 735조8692억원으로 전월 대비 19조3327억원 늘었다. 2개월 연속 20조원가량 증가했다.


반대로 증시의 돈 가뭄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 거래대금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코스피의 개인 일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상반기 대부분 5조~6조원대를 유지했으나 지난달 4조원대로 내려가더니 이달 들어선 3조6200억원까지 떨어졌다. ‘동학개미운동’이 확산했던 지난해 1월(17조3000억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빅스텝의 증시 영향은 단기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글로벌 각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빅스텝을 예상케 했다.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불확실성 해소 심리로 환율이 내리고 증시가 소폭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급격한 금리 인상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여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21회 인상 이후 약 70%의 확률로 코스피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재확산, 기업 실적 둔화 등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다른 악재도 널려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빅스텝 단행은 단기적으로 불안을 잠재울 수 있겠지만 향후 경기 불안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라며 “고물가, 고강도 긴축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불확실성이 가세하며 내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경기가 경착륙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