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성지’(聖地)를 점령하는 선수는 누가 될까.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총상금 1400만 달러)이 14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7313야드)에서 막을 올린다.
올해로 150회째를 맞이하는 디오픈(The Open)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골프 대회다. 1860년 출범한 이 대회는 처음엔 프로들의 참가만 허용했지만, 이듬해부터 프로와 아마추어에게 모두 문호를 개방(오픈)했다. 디오픈은 세계 1차·2차대전 때와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에 대회를 열지 않아 올해 150회를 맞이했다.
디오픈은 링크스 코스에서 열리는 게 특징이다. 스코틀랜드 해안 근처에 위치한 모래언덕의 황야지대가 링크스다. 이곳에 생긴 코스는 심한 해풍과 모래, 거친 잔디 등으로 인해 경기를 펼치기 어렵다. 글자 그대로 자연과 싸워야 한다.
디오픈은 영국에서 스코틀랜드 5곳, 잉글랜드 4곳, 북아일랜드 1곳 등 10개의 코스를 돌아가며 개최된다. 이 중 1552년 만들어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코스다. 디오픈 주최 측은 5년마다 올드코스에서 대회를 개최하는데, 디오픈 150주년을 맞아 특별히 ‘골프의 고향’인 올드코스에서 이번 대회를 연다.
디오픈 우승자에겐 ‘클라레 저그’(Claret Jug)라는 애칭이 붙은 우승 트로피가 수여된다. 정식 명칭은 ‘골프 챔피언 트로피’인데 은색 주전자 모양을 하고 있어 이같이 불리기 시작했다. 클라레는 프랑스 보르도산 와인이다.
골프의 성지에서 열리는 최고(最古)의 대회답게 세계적 스타들이 모두 출전한다. 156명의 참가자 중 가장 주목받는 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다.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고 회복 중인 그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 경기 도중 기권한 뒤 US오픈을 건너뛰고 디오픈 출전을 택했다. 지난 9~10일 이벤트 대회인 JP 맥매너스 프로암 대회에 출전해 이틀간 36홀을 도는 강행군을 소화하며 샷을 점검했다.
우즈는 12일 열린 디오픈 기자회견에서 “골프의 본고장에서 열리는 가장 역사가 깊은 이 대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면서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리는 디오픈에서 경기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밝혔다. 우즈는 US오픈 챔피언인 매슈 피츠패트릭(잉글랜드), 웰스파고 챔피언십 우승자인 맥스 호마(미국)와 함께 1·2라운드를 치른다.
한국 선수 중에선 김주형이 주목받고 있다. 김주형은 직전 대회인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단독 3위에 올랐다. PGA투어는 링크스 코스 데뷔전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김주형을 파워랭킹 20위로 꼽았다. 임성재 이경훈 김시우도 출전한다. 파워랭킹 1위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차지했다. 2위는 욘 람(스페인), 3위는 피츠 패트릭, 4위는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