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소비자단체인 ‘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최근 전국 1만744개 주유소 중 99.5%에서 유류세 인하분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석유협회는 13일 자료를 내고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할 때마다 곧바로 판매 및 출하 물량에 적용해 왔다”고 말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일단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한 후 기름값 하락 폭이 소비자들의 기대만큼 크지 않은 건 사실이다. 감시단은 “정부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유류세를 휘발유 기준으로 ℓ당 304원 인하했다. 이 기간에 국제 휘발유 가격이 ℓ당 434.3원 오른 점을 고려해 휘발유 가격이 130원만 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다수 주유소는 이보다 가격을 더 올려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정유 업계는 “단순 계산으로 한다면 틀린 계산은 아니다”고 했다. 다만 여기에 한 가지 간과된 점이 있다고 한다. 바로 ‘부가가치세’(세율 10%)다.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따라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로 구성된다. 여기에 부가가치세를 추가한다. 유류세 인하와 별개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그만큼 내야할 비용은 오른다. 국제 휘발유 가격이 ℓ당 434.3원 뛰었다면, 여기에 따른 부가세(43원)도 더해야 한다는 얘기다. 부가세를 감시단 산식에 적용하면 휘발유 가격은 130원 오르는 게 아니라 173원(130원+43원) 상승한 게 된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3차례에 걸쳐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할 때마다 직영주유소 가격을 즉시 내렸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173원 상승’을 기준으로 보면 감시단이 말하는 수치(99.5%)가 조금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유류세는 정유공장에서 석유제품을 반출하는 순간 부과된다. 유류세가 붙은 기름은 공장을 떠나 전국 각지의 저유소로 이동한다. 주유소에서 주문하는 기름은 가까운 저유소에서 배송된다. 반출된 석유제품이 주유소까지 이동하는데 통상 10~12일 정도 걸린다. 협회 관계자는 “전국 주유소 가운데 직영주유소 비중은 7.6%이고, 알뜰 주유소는 11~12% 정도다. 전체의 20% 정도가 유류세 인하에 즉각 동참했다. 자영주유소도 대부분 갖고 있던 재고(유류세 추가 인하 전) 소진이 완료돼 인하된 가격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3번째 세금 인하 카드를 꺼내면서 휘발유는 ℓ당 57원, 경유는 38원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2076.89원, 2119.77원이었다. 유류세 인하 전날인 지난달 30일의 2144.90원, 2167.66원과 비교하면 각각 68.01원, 47.89원 내려 일단 목표치에 도달한 셈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