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보았는데, 올해 1~7월 사이 출간된 로마서 주석만 22권입니다(설교집은 뺐습니다. 오직 주석과 연구서들만 포함). 물론 올해 특별히 더 많이 출간된 것 같기도 하지만, 그만큼 로마서는 학자들과 목회자들에게 주석에 도전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책이라는 의미입니다.
그중에서 프레더릭 브루너의 이 얇은 주석이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더글라스 무의 그 유명한 NICNT 주석이나, CEB 크랜필드의 두 권짜리 두터운 주석에 비하면 테크니컬한 설명과 정교한 논증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큰 의미가 느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로마서 각 단락의 정확한 의미와 그에 따른 삶의 적용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대단히 유용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절제’의 미덕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브루너는 2세기의 오리게네스부터 20세기의 크랜필드까지 모든 논의에 대한 정확하고 풍성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데도, 그들의 의견 중 꼭 필요한 내용을 발췌해 소개하고 의미를 풀어줍니다. 그리고 로마서 7장이나 9장 같이 논쟁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양쪽의 의견을 전체적으로 소개해 주는 동시에, 양 진영 모두가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적용점을 제시합니다. 이는 브루너의 주석이 ‘특정 교파를 배려하는’ 동시에 교파적 논의에 휩쓸리기보다는, 사도 바울이 말하고자 하는 은혜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이 주석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만일 당신이 성경을 평범하게 이해하고 적용하고자 하는 성도라면, 로마서 본문과 더불어 이 책을 신실하게 읽어나가기를 권합니다. 모든 단락을 설명할 때 짧지만 분명하고 마음에 와닿는 적용을 읽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설교를 준비하는 목회자나 교사라면, 본문을 상세하게 연구하는 주석을 읽고 난 후, 본문의 의미를 확정한 후에 이 주석을 참조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이 본문이 어떻게 해석되었는지에 대한 간단한 개관과 더불어, 성도들의 삶에 어떻게 본문의 의미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별히 ‘그리스도 중심’으로 본문을 이해하고 적용하려고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큰 도움을 주는 도구를 얻는 것입니다. 브루너는 로마서를 ‘제5 복음서’라고 부릅니다. 마태 마가 누가 요한에 이어 다섯 번째죠.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그려내고 그분이 우리를 위해 무슨 일을 하셨는지를 드러내 보이는 네 개의 복음서에 더해, 그분이 하신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로마서가 밝히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브루너의 주석을 통해 우리는 명제로서의 진리들을 이야기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통해서 배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