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논란이 크거나 국민적 이목이 쏠린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파급력은 심대하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은 이들 사건을 다룰 때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공개변론이란 절차를 거친다. 공개변론 때는 청구인과 피청구인 또는 원고와 피고 측 대리인들이 법정에 나와 치열한 논쟁을 하고, 양측 참고인들이 출석해 의견을 개진한다. 재판의 투명성·공정성 제고를 위해 공개변론은 중계되기도 한다. 대법원 공개변론은 2013년 규칙 개정 이후 모두 생중계됐다. 반면 헌재는 공개변론의 인터넷·TV 중계를 실시한 적이 없다. 단지 대통령 탄핵심판 같은 중대 사건의 선고 장면만 생중계를 허용했다.
헌재의 공개변론은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물다. 올 상반기엔 2차례 진행됐다. 5월엔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내역 등을 정부에 보고토록 한 의료법 조항, 6월에는 문재인정부의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 조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렇게 뜸하던 공개변론이 이번 주엔 2건이나 몰렸다. 그제는 국민의힘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이 다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이 편법과 꼼수로 강행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헌법과 국회법을 위반했는지를 놓고 여야 간에 격돌했다. 국민 기본권과 직결되는 것이라서 헌재의 판단이 실로 중요하다. 법안 시행일(9월 10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헌재가 집중심리를 해서라도 조속히 결론을 내려줄 필요가 있다.
오늘은 한국 사회의 오랜 논쟁 주제였던 사형제 존폐 여부가 1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1996년에 재판관 7대 2, 2010년엔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나왔다. 합헌과 위헌 격차는 좀 줄었다. 법리와 논거에 관한 양측 주장은 지금도 비슷하다. ‘인간의 존엄 침해’ ‘공익상 불가피’ 등으로 맞선다. 이젠 시대상을 반영해 어떻게 결단할 것이냐의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 한데 이런 주요 사건들은 헌재가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대법원처럼 생중계를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 또한 시대의 흐름 아니겠는가.
박정태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