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가 실체 규명에 들어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대한민국이 실효적으로 통치하는 영토에 들어와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을 추방한 최초의 사례다. 지난 정부의 논리는 이들이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 북송했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무수한 의문을 남겼으며 국가정보원과 인권단체의 고발을 거쳐 검찰 수사 단계까지 와 있다. 의문들은 적법절차의 준수 여부부터 북송을 통한 국익의 실체까지 다양하게 제기된다.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이들을 추방할 법적 근거가 있는지, ‘귀순의 진정성’이란 어떻게 따져지는지, 사흘 가량의 정부 합동조사로 16명 살해의 범죄사실을 확정할 수 있는지, 나포부터 신병 인도까지 단 5일이 걸린 것은 어떠한 연유인지 등을 두고 사건 이후 현재까지 비판과 논쟁이 계속된다.
2년 8개월 뒤에야 “대한민국 국민”
이 사건의 핵심 중 하나는 2019년 11월 2일 삼척 인근에서 나포되고 5일 뒤 판문점을 통해 북송된 20대 2명의 법적 지위 문제다. 2019년 11월의 통일부와 2022년 7월의 통일부는 이에 대해 완전히 다른 답변을 내놓고 있다. 과거의 통일부는 ‘북한 주민’이라고만 했다. 사건 직후 통일부가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의 이름은 ‘흉악범죄 북한 주민 추방 관련 보고’였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확정돼야 한다”며 북송된 2명을 국민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이들을 법적 보호대상자인 ‘북한이탈주민’으로도 인정하지 않았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저희가 처음부터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을 안 했다”고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2년 8개월 뒤인 현재의 통일부는 “탈북어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말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통일부가 설명한 탈북어민의 지위가 모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 대법원·헌법재판소 판례 등을 보면 북한 주민에게 대한민국 국민의 지위가 있음은 예나 지금이나 분명하다는 것이다. 한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는 13일 “북한 주민도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며 “거기에 귀순 의사까지 표한 이를 5일 만에 북송한 것은 절차가 비정상적일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추방 근거와 절차는 충분했나
2019년 정부가 강제북송 정당성으로 내세운 주요 논리는 ‘귀순의 진정성 결여’였다. 탈북어민 2명이 흉악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했고, 범행이 북한에서 발생해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에서 처벌하긴 어려웠다는 설명이었다. 이들의 남하 목적 자체가 범죄에 따른 도피였다는 점, 해상에서 별도 귀순 의사를 표시하지 않아 해군특공대가 강제로 나포했다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당시 정부는 강조했다.
사흘이라는 단기간 합동조사을 통해 16명 살해 범죄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과거 정부는 분리신문을 통해 2명에게서 각각 일치된 자백을 받았다고 발표했지만, 이 부분이 적어도 재판으로 확정되진 않았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방어권 보장을 포함한 모든 법적 절차를 지켜 차분히 처리했어야 하는데, 조사 기간 내에는 결론 확인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북한 선원들의 살인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 한국에서 체포해서 한국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했었다.
행정조사가 아닌 수사·재판을 거쳤어야 한다는 비판에 김 전 장관은 “진술만으로 기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정 전 실장도 “북측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의 실체적 진실 규명은 사실상 어려웠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가 너무나 끔찍했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모순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편으로는 이 사람들이 흉악범이라고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에서 기소되면 무죄가 난다고 하느냐”는 것이다. 통일부가 지난 12일 공개한 사진을 보면 탈북어민들은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지 않으려 몸부림쳤다.
“컨트롤타워는 안보실…”
이번 사건은 ‘속전속결 북송’이었다는 점으로도 주목받아 왔다. 공안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이들은 공통적으로 “신병을 확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조사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결국 각각의 정부기관의 개별적 판단이 아니라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조직적인 대응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김 전 장관은 국회에서 “탈북주민 북송 처분을 누가 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컨트롤타워는 (국가)안보실”이라고 답했었다.
강제북송 결정 지휘라인 규명은 향후 검찰 수사의 핵심 분야가 될 전망이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북송 결정이 아직도 정당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판단한다”고 했고, “양심의 가책은 없느냐”는 질문에 “당시 우리 사회의 안전을 고려해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제 개인의 양심과는 상관이 없다고 본다”고 했다.
북한 요구에 따른 것 아니었나는 의혹에 대해서는 과거 정부가 부인했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이 송환을 요구한 적은 없다. 저희들이 나름대로 원칙과 기준을 갖고 결정했다”고 국회에서 밝혔었다.
인권과 국익 사이
이번 사건의 또다른 고발인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인권침해지원센터는 강제북송의 이유에 대해 추측을 내놓았다. “2019년 11월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기 위해 귀순자 인권을 포기했다는 게 유력한 설”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이 고발장을 제출한 지난 12일 통일부는 “북한으로 넘겼을 경우에 받게 될 여러 가지의 피해를 생각한다면 탈북 어민의 북송은 분명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한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이건 사건을 개인의 인권과 공동체적 이익 간의 충돌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른 법조계 고위 인사는 “과연 죽어도 되는 사람이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질문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가 수사 중인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도 관통하고 있다. 검찰은 모든 결론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실관계와 법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