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가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CCTV나 SNS 등을 통해 개인의 종교 활동을 감시하거나 온라인 공간에 기독교 등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일종의 ‘디지털 박해’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인 오픈도어즈영국지부(UK)는 지난 5~6일 영국 런던에서 외무성 주최로 열린 ‘종교 또는 신앙의 자유에 관한 제4차 국제 장관급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오픈도어즈UK는 “신기술의 발달이 디지털 박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위협이 될 거라는 걸 감안할 때 종교에 대한 디지털 박해를 눈여겨봐야 할 때”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13일 한국오픈도어즈를 통해 오픈도어즈UK의 관련 보고서를 확보해 내용을 살폈다. 보고서는 디지털 박해의 유형으로 ‘감시’ ‘검열’ ‘허위정보’ 세 가지를 꼽았다. 감시와 관련해 오픈도어즈UK가 대표적 사례로 꼽은 게 중국 당국이 자동화 시스템을 테스트한 신장 위구르다.
지난 5월 유출된 위구르 지역 경찰 보고서엔 진화한 CCTV로 일반 시민을 어떻게 감시하는가를 보여줬다. 체온과 근육의 변화 등으로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는 얼굴 인식 카메라로 종교 활동 여부를 확인한 뒤 의심되는 사람은 체포 구금했다.
게시물을 차단하거나 특정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등 검열도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디지털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이 종교 활동을 박해하는 나라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과 구글은 중국의 모바일 스토어에서 성경 애플리케이션을 제거했다.
허위 정보를 온라인에 유포하는 건 또 다른 형태의 디지털 박해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0년 수쿠마르라는 인도 10대 소녀의 죽음을 들었다. 소녀가 살던 지역에 수질 오염으로 주민들이 병에 걸리거나 사망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SNS엔 기독교 주술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주민들은 기독교인 소녀를 납치, 살해했다. 미얀마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코로나19를 들여왔다는 글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오픈도어즈UK는 디지털 박해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국제기관에 협력을 요청했다. 교회와 단체들도 박해를 피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오픈도어즈UK는 “정부는 종교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기술 개발과 관련해 윤리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디지털 기술 관련 기업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종교 관련 앱을 삭제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저항하는 용기가 필요하고 SNS 등에 올라오는 허위정보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