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2조 나눠먹은 현대로템 등 3사… 과징금 564억 철퇴

입력 2022-07-14 04:05

현대로템 등 철도차량 시장 독과점 3사가 담합으로 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담합으로 얻은 이들 회사의 수익은 국민 세금으로 충당됐다. 공정위는 13일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현대로템, 우진산전, 다원시스 등 3개사에 564억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담합을 주도한 현대로템이 323억6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공정위는 현대로템의 독점시장이던 국내 철도차량 제작시장에 우진산전이 진입하며 담합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진산전은 현대로템에 부품을 공급하던 협력사였으나 2010년 부산지하철 4호선 경전철 차량 제작·납품을 시작으로 철도차량 제작에 뛰어들었다. 우진산전은 6건의 입찰에서 현대로템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입찰에 응하지 않거나 들러리로 참여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현대로템으로부터 3차례 관련 사업 하도급을 받았다.

현대로템은 단독응찰로 2차례 이상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점을 이용했다. 유일한 입찰자로 협상력을 확보해 최대한 높은 금액으로 사업을 수주했다.

두 번째 담합은 2019년 2~12월 현대로템, 우진산전, 다원시스 사이에서 이뤄졌다. 이들 3개사의 철도차량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100%다. 사실상 이들 업체가 철도차량 시장 ‘나눠 먹기’를 한 셈이다.

공정위는 우진산전에 이어 다원시스가 철도차량 시장에 진입해 차량 가격이 낮아지자 추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담합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로템 독점기간 동안 11억6000만원이던 전동차 1량의 가격은 두 사업자 진출 이후 8억1000만원까지 낮아졌다.

3개사는 서울 5·7호선, 수도권 광역철도(GTX) 등 5건의 입찰에서 수주 물량을 사전에 배분했다. 당시 우진산전과 다원시스는 법적 분쟁 중이었으나 ‘맏형’ 역할을 자처한 현대로템의 중재하에 담합이 이뤄졌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현대로템이 중재자 역할을 해서 각사와 개별적으로 합의한 뒤 그 결과를 상대방에게 알려줌으로써 결과적으로 3사간의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