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 위해 매일 밥 짓는 교회 원룸 주택가로 이전한 까닭은…

입력 2022-07-14 03:05
구성수 목사가 지난 8일 경기도 시흥 예수참기쁨교회 앞에서 교회를 소개하고 있다.

“어서 오세요. 여기가 새 예배당입니다.”

지난 8일 구성수(60) 예수참기쁨교회 목사가 교회를 방문한 기자에게 예배당을 소개하면서 인사를 건넸다. 원룸이 즐비한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한편에 자리 잡은 교회는 ‘예수참기쁨교회’라는 간판마저 없었다면 교회라는 걸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소박한 모습이었다.

주민들이 언제나 드나들길 바라며 교회 색채를 최대한 줄였다고 했다. 600m 떨어진 곳에서 목회할 때도 교회는 공부방과 카페를 운영하며 주민들의 사랑방을 자처했다.

예수참기쁨교회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던 지난해 지금의 자리로 교회를 이전했다. 어려운 가운데 교회 이전을 결정한 건 교인들과 함께 그렸던 희망의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구 목사는 “이 지역은 원룸이 상당히 많은데 대부분 중국인이 살고 있다”며 “주민 중 80% 이상이 중국인일 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원룸과 사무실 청소를 하며 사는데 우리 교인 중 대부분이 이런 일을 하신다”면서 “교인들이 너무 고된 일을 하는 게 안타까워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과 함께 식당을 열어 교인들을 고용해 조금 편하고 안정적인 상황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교회를 옮겼다”며 그간 사정을 설명했다.

결국 식당과 교회를 한자리에서 운영할 길을 찾느라 이전을 서두른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구상을 함께한 지인들의 자금 사정이 갑자기 나빠지면서 새 예배당 구입 비용은 고스란히 구 목사 부부의 책임이 되고 말았다.

부인 송옥미(58) 목사는 “예배당을 사기 위해 8억원 넘는 돈을 대출받았고 이자 비용을 위해 지인들에게 급전 7000만원까지 빌렸다”면서 “매달 400만원 넘는 이자를 내는데 지인들에게 빌린 돈도 다 떨어져 막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돈 생각만 하면 너무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교회에 기대 사는 교인들을 보며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십일조 생활을 한다고 했다.

구 목사 부부는 식비가 부담스러운 교인들을 위해 매일 밥을 짓는다. 교인들은 으레 점심과 저녁 식사를 교회에서 한다. 교회가 빨리 안정되면 그동안 하던 아이들 공부방도 다시 열 예정이다.

구 목사는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사는 교인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 이렇게 돼 무척 안타깝다”면서 “하지만 모두 주님의 일이니 절망하지 않고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순간순간 고민이 산처럼 밀려오지만 그럴 때마다 웃으려고 노력한다”면서 “우는 이들과 함께 울고 웃을 일이 있으면 함께 웃자는 목회 소신을 따라 교인들과 행복한 신앙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시흥=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