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국내에 첫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는다. 내년에 착공해 2025년 완공 계획이다. 차질없이 진행한다면 1996년 이후 29년 만에 현대차의 국내 신규 공장이 생긴다. 기존 생산시설은 단계적으로 재건축해 ‘미래형 자동차 양산공장’으로 거듭난다. 현대차그룹의 지난 5월 발표한 국내 63조원 투자계획이 구체적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노사는 임금협상 잠정합의안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는 ‘국내공장 미래 투자 관련 특별 합의서’를 마련했다고 12일 밝혔다. 합의서는 전날 울산공장에서 열린 올해 임금협상 15차 교섭에서 작성됐다. 현대차는 신규 공장 규모나 부지 같은 세부사항을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미 넓은 부지를 확보한 울산에 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기아도 광주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갖춘 바 있다. 현대차가 마지막으로 지은 국내 공장은 1996년 아산공장이다.
현대차는 국내 투자계획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밑그림도 내놓았다. 미래 제조 경쟁력 강화와 작업성·환경 개선을 위해 최첨단 생산·품질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게 기본 구상이다. 우선 기존 생산라인은 단계적으로 재건축해 미래형 자동차 양산공장으로 바꾼다.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파워트레인 부문에 대해서는 고용보장 방안을 준비하기로 했다. 산업 전환과 연계한 직무전환 교육도 마련된다.
또한 현대차는 미래 신사업 관련 설명회를 연 1회 실시한다. 노사대표가 참석하는 ‘국내 공장 대내외 리스크 대응 노사협의체’를 구성해 분기마다 한 번의 정례회의도 연다. 글로벌 자동차산업 환경 변화와 리스크 요인을 미리 대응하고 미래 자동차 산업 흐름, 안전·생산·품질 지표 등을 공유하는 자리라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기본급 9만8000원 인상 등을 담은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도 마련했다. 처음 입장 차이를 좁혀 저녁 무렵 합의에 도달했다. 2019년 이후 4년 연속 무분규 합의다. 내년 상반기 생산·기술직 신규 채용에도 합의했다. 현대차는 2013년 이후 10년 동안 생산·기술직을 신규로 뽑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래 산업 전환기와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안팎의 위기 속에서도 국내공장의 미래 비전과 고용안정을 중심으로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렸다”며 “경영 환경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내 사업장이 글로벌 허브(HUB) 역할과 미래산업 선도기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사가 힘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