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몸부림치면서 끌려갔다

입력 2022-07-13 04:08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 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할 때 1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통일부가 12일 공개한 사진이다. 통일부 제공

통일부가 2019년 11월 판문점을 통해 이뤄진 ‘탈북어민 북송’ 당시의 사진 10장을 12일 공개했다.

통일부는 “통상 판문점에서 북한 주민 송환 시 기록 차원에서 사진을 촬영해 왔다”면서 국회의 요구로 당시 사진을 제출한 뒤 기자단에도 배포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포승줄에 묶인 채 안대를 착용한 탈북어민 2명이 판문점에 도착했을 때부터 북한 측에 인계될 때까지의 상황이 담겼다.

사진을 보면 탈북어민 1명이 군사분계선에 다다른 것을 직감하고 상체를 숙인 채 얼굴을 감쌌다가 군사분계선을 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강하게 저항하다 옆으로 넘어진 이 남성을 정부 관계자들이 일으켜 세워 끌고 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통일부가 북송 당시 사진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사진 공개는 전날 통일부가 ‘탈북어민 북송이 잘못됐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통일부는 이 사건 발생 직후에는 “탈북어민들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했다”면서 북송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그러나 2년8개월여가 지난 뒤 입장을 사실상 번복한 셈이다.

통일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사건 발생 당시에 통일부가 탈북어민들에게 귀순 의사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탈북어민들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했다는 당시 브리핑에 대해서도 통일부가 직접 확인한 사안은 아니었고,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요구를 받아 이뤄진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12일에도 탈북어민 북송이 잘못된 조치였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다만 그 근거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즉답을 피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어제 ‘탈북어민이 헌법상의 대한민국 국민이고 북한으로 넘겼을 경우에 받게 될 여러 가지 피해를 생각한다면’이란 단서를 붙였다”며 “이런 측면에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입장 번복에 대한 사과 의사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그런 언론의 평가가 있다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통일부가 12일 공개한 탈북어민 2명의 북송 당시(2019년 11월) 사진들. 한 명이 판문점에서 포승줄에 묶인 채 의자에 앉아 있다가(왼쪽) 군사분계선에 다다르자 고개를 떨구고 있다. 통일부 제공

탈북어민 북송사건은 2019년 11월 2일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했다는 혐의를 받는 북한 선원 2명이 우리 정부에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같은 달 7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된 사건이다. 이들은 추방되기 전 자필로 귀순 의향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 문재인정부는 이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통상 탈북민 합동조사는 보름 또는 1개월 이상 소요되는데 당시 이례적으로 3~4일가량 진행돼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문재인정부가 2019년 11월 25일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합동조사를 강제 조기 종료시킨 혐의 등으로 서훈 전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영선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