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는지 여부를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민형배 의원의 탈당을 둘러싼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의 위법 여부, 17분 만에 끝난 조정 심사의 실질성 등에 대한 재판관들의 질문도 쏟아졌다.
헌법재판소는 12일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이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양측이 변론을 진행한 뒤 입법 과정에 참여했던 송기헌·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진술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측은 우선 더불어민주당을 돌연 탈당한 민 의원의 안건조정위원 선임을 문제 삼았다. 안건조정위를 여야 동수로 구성하도록 한 국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전주혜 의원은 “본인이 민주당 의원으로 발의한 법안에 대해 야당 몫의 조정위원으로 참여한 것”이라며 “이런 안건조정위 구성은 매우 위법·위헌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측은 “조정대상 법률안을 발의한 의원을 배제해야 한다는 법적 없으며, 배제시켜야 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는 논리로 맞섰다.
조정 심사가 실질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청구인 대리인은 “안건조정위원장은 안건을 일괄 상정한 뒤 안건 자료 배포도 없이, 또 안건에 대한 조정이나 심사·토론 없이 17분 만에 백지 의결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피청구인 대리인은 이미 법사위 1소위에서 국민의힘 의원의 의견이 반영됐던 법안이 조정안으로 가결된 것이라고 맞섰다. 박주민 의원은 “안건조정위를 소집하기 전 여야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모여 수정할 내용들을 미리 논의했다”며 “이를 고려하면 3분이면 조정심사가 마무리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관들은 당시의 자세한 상황을 양측에 물었다. 안건조정위 소집 전 여야 회동에서 어느 정도의 협의가 이뤄졌는지, 법안을 서둘러 통과해야 할 이유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이종석 재판관은 민 의원 탈당과 안건조정위원 선임에 대해 “국회의원 활동이 헌법과 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경우에도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냐” “다른 사건에서 자유위임원칙이 우선일 수 없다고 했던 국회의장 의견이 바뀐 것이냐”고 민주당 측에 묻기도 했다.
이에 피청구인 측은 “국회의원 활동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돼선 안된다”며 “입장이 달라진 건지 검토하진 못했지만, 조정위원 선임이 위법하지 않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