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수심 고려해 뱃길 찾아 장애물 만나면 비켜간뒤 복귀

입력 2022-07-13 04:05
아비커스의 자율운항시스템을 탑재한 레저보트가 12일 인천 중구 왕산마리나 항구에서 운항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제공

태블릿PC 화면 속 ‘전자해도’에 출발지와 도착지를 지정하자 경로가 저절로 계산돼 지도 위에 떠올랐다. 자동차의 내비게이션과 비슷하지만 또 다르다. 도로와 달리 지형, 장애물, 수심까지 고려해서 경로를 만든다. 경로를 완성하고 태블릿PC 화면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모터 소리가 크게 울리면서 정박해 있던 배가 ‘스르륵’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끄럽게 바다 위를 달리는 동안 조타 장치 앞에는 누구도 앉아 있지 않았다.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다.

곧이어 전방에서 비슷한 크기의 6인승 보트가 나타났다. 배를 조종하는 사람도 없는데, 이대로 가면 부딪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배는 저절로 방향을 틀면서 비켜갔다. 보트를 피하고 난 뒤에는 다시 원래 설정한 경로로 돌아왔다.

현재 상용화 준비 중인 ‘다스(DAS·도킹 보조 시스템)’를 통해 안정적인 정박도 가능했다. 자동차와 달리 배에는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배를 항구에 정박하는 것은 자동차를 주차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보트는 항구 앞에 멈춰 적당한 위치에 자리 잡은 뒤, 선체를 90도 틀어 정확하게 하선할 위치까지 움직여 멈춰 섰다.

12일 인천 중구 왕산마리나에서 자율운항 시스템 ‘하이나스(HiNAS)’가 탑재된 레저보트는 20여분간 사람들을 태우고 약 2.5㎞를 운항했다. 현재 개발된 자율운항 시스템은 운항을 보조하는 수준으로 아직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의 해상 모빌리티에서 핵심기술이다. 하이나스는 인공지능(AI)이 선박 주변을 자동으로 인식해 충돌 위험을 판단하고 이를 증강현실(AR) 기술로 보여주는 솔루션이다. 이를 기반으로 자동항로계획을 세우고 자율운항을 한다. 딥러닝을 기반으로 해서 ‘항해 물표’를 탐지해 스스로 피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자율운항솔루션 전문 계열사인 아비커스는 2020년 12월 사내 벤처로 출범했다. 현재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HiNAS) 2.0 개발을 끝냈다. 지난달에 18만㎥급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자율운항 대양 횡단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는 처음으로 자율운항 기술로 선박을 제어해 대양을 횡단한 세계 첫 사례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하이나스 2.0은 올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며, 오는 10월 말 미국 최대 보트전시회에서 시승회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상선뿐 아니라 전 선박 분야에서 자율운항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천=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