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시급을 올리고 주휴수당을 없애면 좋겠어요.”
경기도에서 카페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A씨(28)는 12일 “최저임금 인상분보다 주휴수당이 더 부담”이라고 말했다. A씨 매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9명 중 주휴수당을 받지 않는 ‘초단시간 근로자’(주 15시간 미만 근무)는 5명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 7시간씩, 주 14시간만 일한다.
A씨는 최저임금과 식자재 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한 두명에 불과했던 초단시간 알바생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상황만 괜찮다면) 고용하는 입장에서도 짧은 시간 일하는 직원 여러 명보다 업무가 숙련된 사람과 오래 일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 오른 ‘시급 9620원’으로 결정된 이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사이에서 주휴수당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가 일주일 동안 개근했을 때 받는 유급휴가 수당이다.
주휴수당 이슈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랐던 2018년(16.4% 인상) 이후 매년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인건비 지출에 더욱 민감해졌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다. 지난 10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주휴수당 폐지글이 올라와 공감 댓글이 수십개 달렸다. “주휴수당까지 주려니 허리가 휜다” “주휴수당 기준을 30시간 이상으로 강화하자” “5인 이하 사업장은 주휴수당이 더 버겁다” 등의 한탄이다.
생활용품 수입 브랜드 점주인 B씨(34)도 “알바생을 고용할 때 주휴수당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 경우 월 50만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B씨 설명이다. 다만 인건비로만 지출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B씨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에 타격을 많이 받았는데 여전히 돈이 돌지 않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C씨(35)도 “8년 넘게 장사를 했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는 처음”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식자재 가격이 전체적으로 40% 이상 올랐다”며 “공과금에 임대료, 인건비까지 오르지 않는 게 없는데 동시에 손님들이 돈을 쓰는 액수도 줄었다”고 전했다.
자영업자들이 주휴수당 등 인건비 부담을 토로하는 사이 노동계와 경영계는 모두 내년도 최저임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고용노동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민주노총은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실질 임금 삭감”이라고 주장했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산출한 근거(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취업증가율)에 대해서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노사 양측에서 나왔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근로자나 사용자 대표는 최저임금 고시 10일 이내 고용부 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장관은 이의제기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경우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한 번 결정된 최저임금이 재심의 절차를 밟은 적은 없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하반기 투쟁계획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작다고 보지만 물가 인상 폭보다 낮은 인상률과 결정 과정 오류를 반드시 지적해야 했다”고 밝혔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